6.13 지방선거에서 최악의 참패를 면치 못한 민주당은 14일 한화갑(韓和甲)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 등을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물론 당직자들 모두 "이대로는 재.보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없다"는 위기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선거 패배에 따른 인책론, `노무현(盧武鉉) 체제'로의 전환 문제를 놓고 심각한 분열상을 드러냈다. ◇인책론 논란 =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노무현 후보가 먼저 재신임 문제를 얘기를 한 만큼 재신임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한다"면서 "특히 대선후보는 물론이고 당대표 등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어떤 형태로든 책임질 것은 져야 한다"고 가세했고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도 "누구의 책임인지 먼저 가릴 것은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태랑 최고위원은 "집단지도체제인만큼 누구 한 명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고 반대했고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도 "선거 패인을 먼저 분석하고 당의 화합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지, 이 시점에서 책임론은 적절하지 않다"고 같은 입장을취했다. 특히 선거 당일 사퇴설이 돌았던 한 대표는 "사퇴 검토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인책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한 대표의 측근들은 "대표에 대해사퇴 운운하면서 뒤통수를 치지 말고 당당히 앞에서 책임문제를 거론하라"고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한 대표의 측근인 문희상(文喜相) 최고위원은 "지금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지라고 할 수 있는가. 홍수가 났는데 왜 홍수가 났느냐고 하는 격"이라고 일축했고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도 "지도부가 사퇴한다고 대안이 있나. 사퇴가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노무현체제 전환 = 조순형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이 중요한가"면서 `선(先) 인책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상천 최고위원도 "노무현 체제로 전환해봐야 별 효용이 없을 것"이라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싸움이라도 한 번 해볼 수 있느냐인데 지금 상태론 싸움도해보지 못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또 김태랑 최고위원은 "선거 패배를 초래한 외적.내적 요인을 정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대위 체제로 가는 것은 후보에게 부담이 된다"면서 "일단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대선 3-4개월전께 선대위 체제로 가야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책론에 반대했던 한광옥 최고위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 만큼 노무현 체제로의 전환 문제는 논의해볼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기남 최고위원도 "인책론에는 반대하지만 선대위 조기 구성은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지도부 사퇴가 능사는 아니지만 선대위 조기 구성 문제와 맞물리면가능한 문제"라며 선대위의 조기발족을 통해 현재의 집단지도체제를 단일성 체제로전환해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전당대회 재개최 = 이날 당내에선 인책론 및 후보 재신임 문제와 관련해 전당대회를 다시 열자는 주장이 나와 당직자들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호웅(李浩雄) 의원은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한 대표에게 보고했다"면서 "전대를 통해 재신임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기남 최고위원은 "전당대회는 사실상 `통법부'에 가깝다"면서 "전대를열더라도 먼저 대안을 마련해놓고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수습방안 = 정계개편과 쇄신문제에 대한 논란도 가열됐다. 박상천 최고위원은"대폭적인 외연확대를 통한 정계개편으로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반(反) 한나라당 인물들을 총결집시키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희상 최고위원은 "뼈를 깎는 자세로 제2의 쇄신을 해야지, 외연확장을한다고 누가 오겠는가"면서 `선(先) 쇄신'에 무게를 뒀다. 다만 신기남 최고위원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문제, 대통령 아들문제, 쇄신문제,과거와의 단절문제 등이 광범위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제2의 쇄신에 공감하면서 "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선 당명도 바꿀 수 있다"고 주장, 쇄신과 정계개편의 동시 추진을 강조했다. 한편 김태랑 최고위원은 "일단 8.8 재보선까지 지켜본뒤 순수집단지도체제가 적합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도체제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한 뒤 "우선 최고회의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당 중진들로 구성된 `당 발전특위'를 만들어 최고회의 기능을대신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