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국민 모두가 어제처럼 단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0일 월드컵 한미전 길거리 응원이 열렸던 서울시청앞 광장에는 굵은 빗줄기속에서도 20만 시민의 뜨거운 열기가 넘쳐 흘렀다. 16강 진출을 가늠할 분수령이었던 미국전이 열린 10일은 공교롭게도 87년 6.10항쟁 15주년이 되는 날. 그 때 그 자리에는 독재타도, 민주주의 쟁취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100만 시민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이날 시청앞 광장에서 월드컵 중계를 지켜본 조윤현(37)씨는 15년전 그날을 떠올렸다. 당시 연세대 법학과 3학년이던 조씨는 전국에 울려퍼진 '호헌철폐' '독재타도'의 함성에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시청앞과 광화문 거리로 나섰다. "그 당시 사람들이 더 많이 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땐 사건사고가 잇달아 모인 사람들 모두 무척 비통한 분위기였습니다" 조씨는 그러나 "온통 축제분위기였던 어제와 상황도 달랐고 모인 사람 숫자도 달랐지만 한 마음으로 같이 움직였던 그 열기 자체는 똑같은게 아닐까 생각한다"며"그 때나 지금이나 국민들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씨는 이어 "87년도에도 많은 시민들이 모였지만 질서정연하게 움직였고, 15년이 지난 어제도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고, 경기가 끝난후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젊은 학생들이 끝까지 남아 거리를 청소했다"며 질서정연하고 성숙된 '시민의 힘'을 강조했다. 조씨는 "87년의 노력이 후진국형 독재정치를 청산하고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돼 성숙한 시민의식을 자리잡을 수 있게 했다면, 어제의 모습은 세계인들에게 1등 국민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낸 또 하나의 쾌거"라고 말했다. 이제 대학캠퍼스를 벗어나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조씨는 "월드컵을 계기로 어제처럼 국민들이 정치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나라의 모든 일들에서 힘을 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우리 국가 대표팀선수들에게도 "국민들의 하나된 응원을 부담이 아닌 힘으로 느껴 잘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격려를 잊지 않았다. 87년 당시 대학생신분으로 시청 앞 시위에 참가했었다는 회사원 문원장(36)씨도"당시와 상황은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열망하는 마음은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15년전 그날의 감격을 떠올렸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