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 처녀 출전한 중국을 상대로 화끈한 골잔치를 벌였다. 브라질은 8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C조 2회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카를루스의 대포알 프리킥 선제골에 이어 히바우두,호나우디뉴, 호나우두 등 '3R'이 차례로 골을 성공시켜 4-0으로 완승했다. 첫 경기에서 터키에 1-2 진땀승을 올려 '삼바축구'의 명성에 흠집을 냈던 브라질은 이로써 스페인에 이어 대회 2번째로 2승을 올리는 팀이 됐으며 2라운드 진출을 눈앞에 뒀다. 브라질은 9일 터키-코스타리카 경기에서 무승부가 나오거나 터키가 지면 16강진입이 확정된다. 한국과 일본이 자동출전권을 받는 후광으로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영광을 잡았던 중국은 세계 수준과의 현격한 격차를 확인하며 16강 진출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게 완패, 궁지에 몰렸던 '발칸의 신흥강호' 크로아티아는 우승후보 1순위 이탈리아에 일격을 가하며 부활의 노래를 불렀다. 크로아티아는 이바라키 가시마월드컵경기장에서 G조 선두 이탈리아를 맞아 선취골을 내준 뒤 패배 일보직전까지 몰렸으나 후반 중반 3분사이에 두 골을 넣는 저력을 보이며 2-1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크로아티아는 멕시코에 0-1로 패한 충격에서 벗어나며 1승1패(승점 3)가돼 16강 진출 운명을 에콰도르와의 최종전(13일)으로 넘겼다. G조에서 크로아티아,이탈리아,멕시코 등 3팀이 나란히 승점 3을 따내 16강 진출팀은 마지막 경기까지 점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98년 득점왕을 1골차로 놓쳤던 이탈리아의 공격수 비에리는 대회 3골째를 낚아욘 달 토마손(덴마크)과 함께 다득점 공동2위에 올라 미로슬라프 클로세(독일. 4골)를 추격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자중지란에 빠진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둬 월드컵 본선 두번째 출전만에 첫 승을 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 2-2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한 데 이어 이날 승점 3을 보탠 남아공은 남은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다졌다. 16강 진출이 좌절된 슬로베니아는 체치코 카타네츠 슬로베니아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강력히 항의하다 대기심으로부터 퇴장 조치를 받아 '감독 퇴장 1호'의 불명예까지 안았다. ◆남아공 1-0 슬로베니아(B조.대구) = 남아공은 경기시작 4분만에 슬로베니아 수비진이 제대로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에 기습 선제골을 터뜨렸다. 미드필드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퀸턴 포천이 문전으로 낮고 빠르게 차줬고 시야봉가 놈베테가 수비의 빈 틈을 파고 들며 점프, 헤딩을 시도했으나 머리에는 맞지않고 허벅지에 맞아 골문으로 들어갔다. 슬로베니아는 스트라이커 즐라트코 자호비치의 자진 귀국으로 생긴 전력의 `구멍'을 메우지 못한 채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다 전반 33분 골찬스를 맞았다. 조니 노바크가 상대 수비를 허물고 골지역 부근까지 돌파하고도 슈팅 타이밍을 놓쳐 주저하다가 달려들어오는 밀렌코 아치모비치에게 살짝 패스했으나 아치모비치의 오른발 강슛은 골문을 빗나갔다. 전반을 한골 차 앞선 남아공은 후반에도 시작 5분만에 상대 골키퍼를 위협했다. 수비를 등진 채 아크 왼쪽에서 패스를 받은 베니 매카시가 방향을 전환, 아크정면으로 돌아선 뒤 오른발 터닝 슛을 날렸으나 아쉽게도 골키퍼 품에 안겼다. 포천이 왼쪽을, 시부시소 주마가 오른쪽을 맡아 과감한 측면 돌파를 감행한 남아공은 후반 20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포천이 올린 볼을 매카시가 뛰어들며 헤딩한공이 골대를 맞고 나와 아쉬움을 자아냈다. 슬로베니아는 후반 26분 나스차 체흐가 모처럼 헤딩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걸려 골로 연결되지 못했고 36분에도 남아공 수비의 미숙한 볼처리를 틈타 아미르 카리치가 때린 중거리 슛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후반 중반 이후 두차례 골찬스를 맞았지만 슬로베니아는 시종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해 경기장을 찾은 4만여 관중을 지루하게 했다. ◆크로아티아 2-1 이탈리아(G조. 이바라키) = 이날 패하면 탈락이 거의 확정되는 크로아티아가 0-1로 뒤지다 동점골을 넣은것은 후반 28분. 왼쪽 코너쪽으로 파고 들던 주장 야르니가 어렵게 센터링한 볼이 땅을 한번 튀기자 골문 정면으로 달려들던 올리치가 왼발로 가볍게 차 네트를 흔들었다. 올리치는 후반 12분 부그리네치와 교체투입돼 미르코 요지치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사기가 오른 크로아티아는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거센 공격을 펼쳐 불과 3분뒤에 결승골마저 뽑아냈다. 상대수비수가 헤딩으로 걷어낸 볼을 코바치가 다시 밀어넣자 페널티지역 안쪽에 있던 라파이치가 왼발 가위차기로 슛했고 상대수비수 다리에 맞은 볼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면서 골문 왼쪽 모서리에 박혔다. 세계적인 골키퍼 부폰조차 볼이 회전하면서 골문에 박히는 것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이에 앞서 크로아티아는 후반 10분 도니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가운데로 높이 띄운 볼을 비에리에게 헤딩슛을 허용, 선취골을 내줬다. 경기를 역전당한 이탈리아는 이후 맹공을 펼쳤으나 지독히도 골운이 따르지 않아 동점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후반 42분께 왼쪽 페널티지역 근처에서 얻은 프리킥을 인차기가 절묘하게 감아찼으나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불운이 따른 데 이어 47분에는 인차기가 상대수비수와 몸싸움을 하면서 볼을 골문안으로 밀어넣기는 했지만 파울이 선언됐다. 이탈리아는 이날 패배로 월드컵 12게임 연속 90분경기 무패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한편 이탈리아의 수비수 말디니는 독일의 우베 실러가 가지고 있는 월드컵 21게임연속 무교체 출전기록과 타이를 이뤘지만 팀의 패배로 의미가 퇴색됐다. ◆브라질 4-0 중국(C조. 서귀포) = 경기 시작한 뒤 약 10분간은 열성 응원단의 성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기세였다. 중국은 전반 3분만에 치홍이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브라질을 위협하며 기세등등하게 출발했으나 15분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약 28m짜리 `대포알'같은왼발 프리킥에 무너졌다. 선제골 뒤 브라질은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환상적인 개인기와 슈팅력을 마음껏뽐냈고 32분 히바우두의 추가골로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호나우디뉴가 낮게 찔러준 볼을 히바우두가 수비 뒤쪽에서파고 들며 왼발로 차넣었고 45분에는 호나우두가 문전돌파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얻은 뒤 호나우디뉴가 이를 성공, 3-0으로 전반을 마쳤다. 브라질은 후반 들어서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후반 10분 4번째 골을 엮어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히바우두가 카푸에게 길게 찔러주었고 골지역 오른쪽까지 파고든 카푸가 다시 문전의 호나우두에게 자로 잰 듯 패스하자 호나우두는 왼발로 골을 결정지었다. 중국은 후반 16분 자오준지가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 부근까지 돌파한 뒤 오른발 터닝슛으로 본선 첫 골을 노렸으나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불운까지 겹쳐 영패했다. 한편 터키와의 1차전에서 73분만 뛰고 교체된 호나우두는 이 경기에서도 72분만 뛰고 에디우손과 역할을 바꿨다. khoon@yna.co.kr (서귀포.이바라키.대구=연합뉴스)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