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제분위기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박'의 기쁨에 샴페인을 터뜨리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아예 "월드컵이라면 진절머리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곳도 있다. 월드컵이 중반으로 접어들고 그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이같은 희비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마워요 월드컵." 월드컵에 감사패라도 주고싶을만큼 톡톡히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곳은 단연 전자제품 메이커. 특히 디지털TV의 경우 제때에 물건을 공급하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인 판매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화면의 선명한 화질,박진감 넘치는 장면,현장감 넘치는 음향을 즐기기 위한 벽걸이(PDP)TV와 대형 프로젝션TV의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PDP TV는 지난달에 비해 2.5배,프로젝션TV는 3배 가까운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월드컵 개막 이후 연일 TV판매 신기록을 경신중이며 긴급배달을 위해 30여명의 인력을 투입한 월드컵 출고반을 운영할 정도다. LG전자도 지난달 디지털 TV판매가 4월보다 2백70%가 증가하는 등 월드컵 열기가 판매증가로 이어지면서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표 응원단' 붉은 악마의 '비더레즈'(Be the Reds) 티셔츠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나이키가 공급하는 대표팀 유니폼이 이달초까지 35만장 가량 팔려 대박을 터뜨리자 붉은색 티셔츠까지 동나고 있다. 최근엔 값싼 모조 유니폼까지 나돌고 있다. 음료업계와 생수업계도 적지않은 재미를 보고 있다. 5월부터 9월초까지가 전통적인 성수기임을 감안해도 이달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20%가량 늘었다. 특히 생수는 야외응원 열기가 불을 뿜으면서 하루판매량이 소형 페트병(5백㎖)기준으로 1백만병 이상 늘었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전언. 공식 후원업체인 코카콜라도 판매량이 50% 가량 늘었으며 히딩크 감독이 폴란드전 승리 후 마시는 장면이 방영된 파워에이드 '골드피버'는 다음날부터 이마트 등 할인점 판매량이 10∼15% 가량 크게 증가했다. IT업계에서는 아바타 벨소리 서비스 업체들이 월드컵 특수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안정환 홍명보 유상철 황선홍 등 한국 대표선수들과 온라인 초상권 계약을 맺고 아바타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스타네트워크는 폴란드전에서의 승리 이후 매출이 약 3배 늘었다고 밝혔다. 일반 아바타에 비해 가격이 2∼3배 높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폭이 크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휴대폰 벨소리 업체들도 응원가 등의 다운로드가 크게 늘어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야호커뮤니케이션이 내놓은 응원 벨소리의 다운로드 건수는 하루 5만여건에 달한다. ◆"속 터지네." 동대문 남대문 등지의 재래시장들은 불황으로 울상을 짓고있다. 남대문시장에서 건강식품점을 운영하는 김명희씨(33)는 "외국인들은 술집에서 술마시며 TV만 보다가 돌아가는 것 같더라"면서 "이렇게 장사가 안되기는 10년만에 처음인 듯하다"고 한숨지었다. 여행·숙박업계도 악몽의 6월이 빨리 지나가길 고대하고 있다. 월드컵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일본관광객 전문여행사. 자국 내에서 월드컵을 즐기려다 보니 일본인 관광객은 평균 절반정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여행사별로 최고 90% 이상 격감한 곳도 있다. 이들은 아예 패키지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이달 한달간 직원들을 휴가보내고 있다. 숙박업소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관광공사에 따르면 개막식 전후로 10여일간 예약된 객실은 3천여개로 당초 준비한 1만5천여개의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인 관광객이나 응원단들이 어디서 묵는지 모르겠다"며 "중국인들에게도 기대를 걸었지만 값싼 여관이나 여인숙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특히 허탈해하는 곳은 특급호텔. 당초 예상보다 객실 예약률이 20% 가량 저조하다. 숙박예약 대행사인 바이롬의 갑작스런 취소사태의 여파도 있지만 대부분의 행사 일정이나 비즈니스 수요가 월드컵 기간을 피해 잡혀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호텔의 경우 한달간 4만여실을 예약했던 바이롬측이 이중 절반 가량을 취소하면서 90%에 달했던 예약률이 80%대로 떨어졌다. 룸살롱과 고급단란주점도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특히 프랑스와 잉글랜드,한국전 등이 있는 날은 직원들이 모두 모여 경기를 시청하고 있을 정도. 한 관계자는 "지난달 초부터 대형TV를 룸마다 설치하고 e메일 전화 우편 등으로 단골손님 유치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와 영화·공연업계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대형TV와 스크린 멀티비전 등을 설치한 대형레스토랑은 손님들로 꽉꽉 미어터지는 반면 저녁시간이 피크타임인 패밀리 레스토랑은 매출이 30∼40% 줄어 한숨짓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