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알면 히딩크가 보인다.' 거스 히딩크는 네덜란드 토박이다.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 위시에서 태어나 자라고 소도시 두팀헴에서 공을 찼다. 한국축구의 역사적인 월드컵 첫승을 이끈 히딩크의 저력은 그의 말과 행동 사고에 배어있는 '네덜란드'에서 나온다. 네덜란드는 작지만 강한 나라다. 총면적은 4만1천5백㎢. 남한의 약 5분의 2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2만6천달러에 달하는 경제부국이다. '낮은 땅(low land)'이라는 의미의 네덜란드 역사는 물과의 투쟁사다. 물을 이기고 땅을 만들어 전국토의 25%에 달하는 폴더(해안간척지)를 일구었고 17세기에는 험난한 바닷길을 헤치고 나아가 전세계를 주름잡았다. 유럽의 관문인 지형적 요건은 네덜란드인들을 타고난 '장사꾼'으로 만들어낸 토대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네덜란드는 상업과 무역,개방을 중시하고 체면이나 의리보다는 효용과 실리를 숭상하는 중상주의 실용주의 나라로서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했다. 유럽대륙에서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한 네덜란드에는 개인주의가 뿌리깊다. 국가권력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봉사자일 뿐이다. 개인의 창의성과 자기성취,평등함과 개방성이 최우선시되고 국가는 전체 질서에 결정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들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동성결혼,안락사,임신중절 등을 개개인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허용하고 마약판매 매춘 등을 제도화시켰다. 자유로운 사고와 어릴때부터 키워지는 상인기질은 타협정신과 유연성 관용 등으로 이어진다. 영국 이코노스미스트지는 정치 사회적 안정,우수한 인력,잘 발달된 인프라,개방성과 융통성 등을 들어 네덜란드를 '세계에서 사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꼽았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끓임없이 요구하는 '생각하는' 축구,선수선발 과정에서 보여준 원칙과 실리의 절묘한 타협,기초체력(인프라) 강화에 대한 집착,선수들을 포용하는 능력,전통적인 연공서열 파괴와 평등 강조,상대팀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비하는 계산능력,뛰어난 언어구사력 및 애인과의 관계를 스스럼 없이 노출시키는 자유로움까지. 히딩크를 보면 또한 네덜란드가 보인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