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기업경영분석 지표를 보면 여러가지 신기록들이 나온다.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1.7%로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98년(0.7%)을 제외하고는 61년 통계편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매출액 영업이익률도 5.5%로 역시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업경기가 얼마나 어려웠던가를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반면 부채비율은 1백82.2%로 6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도에 비해 큰 폭의 개선이 이뤄진 것은 물론이고,미국과 일본의 1백59%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기업재무구조 건전화란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저금리 덕택에 금융비용부담률이 65년 이래 최저치를 보여준 것도 기록이라면 기록이다. 그런데 이같은 각종 기록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선 최악의 경기부진 속에서도 기업 재무구조가 건실화됐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결코 안심할 일은 못된다.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은 주식발행을 통한 증자와 대출금 출자전환,채무면제 등에 기인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부채비율 하락이 기업경영성과를 바탕으로 한 부채상환 또는 사내유보 증가에 주도된 결과가 아니란 점에서 재무구조 건전화 노력은 우리경제의 여전한 숙제 가운데 하나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다. 기업경영분석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끄는 지표가 이자보상비율이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없느냐를 따져보는 것이다.지난해에는 전체 제조업체의 23.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 못하는 이상보상비율 1백% 미만 업체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전년에 비해 그 비중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또 성장성 지표 가운데 제조업의 자산,특히 유형고정자산이 전년보다 크게 감소한 것도 주목해볼 대목이다.물론 40년만의 저조한 매출증가를 기록한 마당에 설비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만 전년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은 성장잠재력의 약화란 측면에서 매우 염려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금융 정책당국이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지난해의 기업경영실적이 시사하는 가장 큰 과제는 우리 기업들의 수익창출 능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안으로 남아있는 부실기업 처리를 보다 신속히 매듭짓고,기업내실화를 위한 구조조정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