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은 최근의 폭력사태 격화로 중재국으로서 신뢰 위기를 맞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미국행정부에 악몽이 되고 있다고 중동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뉴욕 소재 외교협회의 중동전문가 스콧 라센스키는 "미국의 신뢰도가 위험에 처해 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삶과 안전이 위태로워지고 양측이 바야흐로 재래식(분쟁)으로 보이는 사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유엔 주재 전 아랍연맹 대사인 클로비스 막수드 아메리칸대학 교수는 중동평화의 위기가 "미국의 신뢰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의 공세와 아라파트에 대한의도된 모욕을 저지할 수 있는 효율성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막수드 교수는 이와 함께 수일 전 이스라엘의 점령 영토 철수와 아랍과의 집단적 평화를 교환하자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안을 지지한 아랍연맹의 신뢰도 역시 위태로운 상태라고 지적하고 만일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29일 특별회의를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일한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8일에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총리, 29일에는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각각 전화통화를 하고 악화일로에 있는 중동사태를 논의했으나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파월 장관은 그후 최근의 위기가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공격 때문이라면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에게 폭력을 막을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파월 장관은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 침입해 탱크와 기관총으로 아라파트 수반의 집무실을 포위하고 있는 상황은 지지하지 않았지만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은 앤서니 지니중동특사를 현지에 두기로 결정했는데 그는 이번 주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과 접촉할 예정이다. 라센스키는 부시 행정부가 이번 주초 이스라엘이 아라파트 수반의 베이루트 아랍 정상회담 참석을 허용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지만 이스라엘이 대응책을 강구하고 "넘지 않아야 할 한계선"을 책정하는 데는 아직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 초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방관적인 자세를 취했었으나 이제는 계속 개입해 평화를 밀어붙이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29일자 사설을 통해 "워싱턴은 올바르지만 뒤늦게 (이스라엘과팔레스타인) 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방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이 분쟁의 해결에 모종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려는 계획도 추진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ks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