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정보통신(IT)부문이 흔들리고 있다. 데스크톱PC를 비롯해 노트북PC, 휴대전화 등 타 경쟁업체가 감히 넘보지 못했던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 국내 PC시장에서 40%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삼성전자의 데스크톱PC 점유율이 지난해 1년간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발표된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한국IDC의 국내 PC시장 보고서에 따르면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 국내 데스크톱PC 시장점유율이 30.2%를 나타내면서 1.4분기 점유율 41.5%에 비해 11.3%포인트나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4분기 76만5천454대 규모를 형성한 국내 데스크톱PC 시장에서 31만7천283대를 판매했으나 2.4분기 25만5천83대(37.2%), 3.4분기 20만2천759대(31.5%)의 판매량을 기록해 시장점유율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4.4분기 들어 판매량 23만5천700대로 판매대수 면에서는 회복세를보였으나 전년(2000년) 4.4분기에 비해 29.6%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 업계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반면 외국기업인 컴팩과 휴렛팩커드는 이 기간 각각 122%와 245%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IDC의 발표가 나자 삼성전자 PC사업부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에 경위보고와함께 한국IDC에 강력항의하는 한편 `한국IDC는 업체가 로비만 잘 하면 시장점유율을높여 발표하는 신뢰성 없는 조사기관'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노트북PC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아성이 도전받기 시작했다. 같은 날 발표된 한국I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4.4분기 판매대수 기준국내 시장점유율은 46.7%였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41.9%로 떨어져 40%선을 위협받게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보급형 노트북PC로 내놓은 `센스690'에 내장된 데스크톱PC용 칩셋과 LCD 모니터가 호화되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돼 소비자들로부터 환불소동이 일어나는 등 `1위 업체'의 면모에 손상을 입었다. 이같은 시장점유율 하락은 경쟁업체인 삼보컴퓨터의 시장조사 자료에서도 같은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조사결과 지난해 분기별 국내 PC(노트북PC 포함) 시장점유율에서삼성전자는 1.4분기 45.1%에서 하락세를 보이다 4.4분기에는 분기점유율이 40.9% 까지 후퇴했다. 업계에서는 "중소 업체의 공격적인 가격하락 정책과 컴팩 등 외국업체의 마케팅강화로 삼성전자의 입지가 좁아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2천823만대를 판매해 세계시장점유을 4위로 올라선 휴대폰 부문도 최근국내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집계한 지난달 국내 휴대폰판매 자료에 따르면 LG전자는 컬러휴대폰시장에서 지난해 30.8%(42만3천대)의 점유율을 차지한데 이어 지난 1월 33%(15만7천대),지난달 35%(17만3천대)로 꾸준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자체 집계로는 지난달에 36.8%(17만5천대)까지 점유율이 올라간 것으로조사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컬러휴대폰 시장점유율 52.2%(71만6천대)를 차지했으나지난 1월과 지난달에 각각 50%(23만7천대), 51%(25만대)에 그쳐 지난해 보다 약간처지는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을 뿐이다. 통상 전체 단말기 시장에서 50%후반대 20%대 초반의 구도를 유지하는데 비하면컬러휴대폰 부문에서는 LG전자가 삼성전자에 맞서 서서히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음을알 수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4천96컬러 박막액정화면(TFT-LCD)휴대폰(SPH-X4200)과 4천96컬러 보급형액정화면(STN-LCD)등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은데 비해 LG전자는 6만5천컬러 STN-LCD 제품으로만 승부를 걸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LG전자 주력제품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삼성전자는 경쟁업체의 이같은 급부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최근들어 4천96컬러박막액정화면(TFT-LCD)16화음 휴대폰과 4천96컬러 STN-LCD 40화음 휴대폰을 출시하고 조만간 4천96컬러 TFT-LCD 40화음 휴대폰(SCH-X430)을 출시키로 하는 등 대공세를 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삼성전자는 올해 컬러휴대폰 시장점유율 목표를 하향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업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시장에 있어서도 LG전자보다 한발짝 늦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LG전자가 이미 지난해말 현지업체와 2.5세대 유럽형이동통신 방식인 일반패킷무선서비스(GPRS) 휴대폰 50만대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성과를거두지 못해 선두주자로서의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수 아래로 평가해온 LG전자에 선수를 뺏기자 무척 아쉬워하면서도정확한 시장진입 시기에 대해 아직까지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GPRS시장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실시되고 망운용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초기 시장진출이 큰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연초에 상용화된 중국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서비스가 기대치만큼 확산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미 1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는 GSM의 차세대시장 선점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강훈상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