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도 '갱년기증후군'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새로 발표됐다는 소식이다. 영국의 제럴드 링컨 박사에 따르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면 평소 그렇지 않던 남성도 초조하고 소심해지는가 하면 심술을 부리는 등 심한 감정기복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도 여성의 폐경기증후군과 같은 증세를 겪는다는 보고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남성 역시 여성의 갱년기 때와 마찬가지로 얼굴이 달아오르고(안면홍조) 가슴이 두근거리는가(심계항진) 하면 땀이 나고(발한) 괜스레 우울해져 짜증과 신경질을 내게 된다고 알려져 왔다. 유전적 소인이나 체질 성격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 생활습관 및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뼈나 관절 통증 등 물리적 현상과 함께 기억력 및 집중력 감퇴,불면증에 시달린다고도 한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증후군의 심각성이 인정되고 그 결과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 병합요법 등 다각적인 치료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남성의 갱년기증후군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증가하는 만큼 남성의 갱년기증후군도 무시하기 어렵다. 갱년기라는 제2의 인생 출발점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나머지 삶의 질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갱년기증후군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이를 자연적 노화현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호르몬 요법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지만 그보다는 미리 술과 자극적 음식을 피하는게 바람직하다. 비타민 C E,칼슘을 충분히 섭취하고 유산소운동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퇴직증후군에도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 링컨 박사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남성 폐경기' 증상이 닥칠 수 있다고 했거니와 갑작스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심한 갱년기증후군을 겪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인 셈이다. '인생의 막바지요 낭떠러지라고 여겼던 곳이 실은 골목이 꺾이는 길모퉁이일 뿐'이라는 말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