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파문이 확산되면서 한국등 이른바 "이머징마켓"이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2,제3의 엔론이 속출하는등 미국 기업들이 회계부정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비해 이머징마켓의 기업들은 회계불투명 문제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월가 분석가들은 "그동안 회계와 소유구조의 투명성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같은 수준의 기업일 경우 미국과 이머징마켓 기업은 주가가 50%이상 차이났었다"고 말한다. 아버딘자산관리회사의 사장인 제임스 클런이는 "이머징마켓 주식들은 적어도 회계문제로 인해 주가가 더 떨어질 이유가 없지만 미국 기업들은 엔론사태로 인해 새로 생긴 리스크로 이제 주가가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지적한다. 이머징마켓에 대한 이같은 재평가는 실제 시장 움직임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지난달 22일기준으로 나스닥지수는 12%,S&P500지수가 5.5% 가량 떨어진 반면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가 산출하는 주가지수(MSCI)중 이머징마켓지수는 3% 정도 올랐다. 미국내 뮤추얼펀드의 자금흐름을 조사하는 AMG데이터는 지난 2월 둘째주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에 1억2천만달러의 현금이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3개월간 가장 큰 규모로 미국투자자들이 엔론사태이후 이머징마켓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모건스탠리의 이머징마켓 투자담당전략가인 앤디 시에는 "최근 몇년간 미국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때 동아시아의 이머징마켓은 사상 최저수준이었다"며 "엔론파문의 확산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머징마켓이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신흥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한국증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4개월간 한국증시에서 30억달러(3조9천억원)정도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물론 이머징마켓에서도 옥석은 구분되고 있다. 이머징마켓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공무원 은퇴연금(칼퍼스)은 최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등 4개국이 자신들의 새로운 투자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이들 국가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영향으로 최근 4개국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하지만 칼퍼스는 이머징마켓에 대한 총 투자금액(10억달러)기준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혀 한국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임을 예고했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