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과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이 인맥을 쌓고 한국기업을 배우기 위해 국내 대학의 경영대학원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은 최근 글로벌MBA과정 2기 신입생을 모집한 결과 27명의 외국인이 등록했다고 4일 밝혔다. 한국인 45명을 포함한 전체 신입생중 37%가 외국인인 셈이다. 16개 국적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이 다국적기업의 한국법인이나 각국의 주한 대사관에서 근무중인 직원들이다. 외교관중에서는 시드니 코베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와 러시아 폴란드 헝가리 대사관 직원이 등록했고 기업인으로는 독일 국적의 우도 쿠르크나베 한국셰링 부사장과 유 트슈안 지멘스 부장이 명단에 들었다. 미국의 국제변호사인 존 브루어씨도 등록했다. 외국인이 이렇게 많이 몰려든 것은 학교측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53명의 외국인이 지원해 학교측이 절반을 추려냈다. 유통 관련 수업을 담당하고있는 전태일 교수는 "영자지에 모집광고를 낸 적이 한번 있을 뿐 특별히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아닌데 예상밖으로 많이 몰려 왔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이유야 어쨌건 다양한 국적과 직업을 가진 외국인들이 학생의 절반을 차지해 글로벌MBA에 적합한 수업 환경이 조성됐다며 반기고 있다. 이처럼 많은 외국인들이 이 과정에 등록한 배경에 대해 학교측 관계자는 "공부를 계속하겠다거나 꾸준한 자기계발을 위해 지원한 학생들이 많겠지만 국내 경제인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들의 경영기법을 공유하자는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지원자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3월부터 강의를 듣게 될 폴란드 대사관 소속의 안드제이 라지노비에츠키 재무행정담당관은 "한국은 단시간내 발전을 이룬 흥미로운 나라"라면서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 대부분이 직장인이고 케이스스터디(사례연구)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한국기업을 배우는데 안성맞춤이라고 라지노비에츠키씨는 설명했다. 비교적 자주 직장을 옮기는 외국인들의 경우 한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면 다시 파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한국기업 배우기"의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라지노비에츠키씨의 경우도 97년 이후 두번째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