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살사이트에 `자살단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경찰 조사과정에서 독극물을 삼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에 숨진 오모(22.무직)씨는 자신이 올린 글에 밝힌 '자살 결행일'을 입증이라도 하듯 해당일에 목숨을 끊어 섬뜩함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씨가 지난 8일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한 자살 사이트 3곳에 올린 글의 제목은 `자살단 100명을 모집합니다'. 오씨는 이 글에서 "올해 목표는 100명 자살단 만드는 것. 몇 명이 죽을 지 모르겠지만 그 100명에 여러분을 초대함. 본인의 e-메일로 나이,성별,연락처를 적어 보내주면 연락을 주겠다"며 "예정일은 2월 14일로 잡혀있다"고 적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씨가 자살을 결행한 시간은 그가 긴급체포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던 14일 오후 11시30분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한 자살예정일이다. 이 시각 오씨는 갑자기 발작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15일오전 1시께 숨졌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결과 오씨는 먹으면 즉시 사망할 수있는 강한 독성을 가진 독극물을 먹은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수사결과 오씨는 자신의 e-메일을 통해 접촉한 네티즌들을 상대로 자살방법과 자살을 할 수 있는 약품에 관한 정보는 물론, 자살을 도와준다며 자살가격까지흥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가 타인의 자살을 도와준다며 자살 가격까지 흥정했다는 의혹은 약 1년전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터넷을 매개로 한 `촉탁살인' 사건의 망령을 되살리기에충분하다. 지난 2000년 12월말 강릉에서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난 20대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서울에서도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젊은이가 자살을 도와주는,이른바 촉탁살인 의뢰를 받아들여 상대방을 살해한 엽기적 사건이 벌어져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오씨의 경우도 자신의 지갑속에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모 맨션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22)씨의 주민등록증을 보관하고 있던 점으로 미뤄, 김씨의 자살을 도와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씨가 자살단 모집글을 올린 인터넷 사이트 `슬픔이 없는 시간 속으로' 등 3곳은 사이트 소개란에 `내가 가고 싶은 마지막 그곳, 자살'과 같은 자살을 조장하는듯한 문구를 내세우며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다. 나머지 사이트들도 그럴 듯한 문구로 많게는 3천명에 달하는 네티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행법상 이 사이트들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정권호 반장은 "현행법상 자살사이트 폐쇄를 강제할 조항은 없다"며 "해당 사이트 운영업체에 통보, 내부규정에 따라 자살사이트폐쇄를 유도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