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창설멤버다. ADB의 상당수 회원국들이 과거에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것이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하는 소중한 경험으로 쓰일 것이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데 지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ADB는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은행 등과 공동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실사를 마쳤다.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과 보조를 맞춰가며 아프가니스탄의 부흥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재건계획을 실행해 나가면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첫째, 아프가니스탄 재건의 전 과정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 의해 주도돼야 한다. 재건과정에서 현지인들의 열의를 높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오랫동안 사회시스템에서 배제돼 왔기 때문에 전과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상당수 전후(戰後) 국가들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여성들은 국가재건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둘째, 적절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돼야 전세계 투자를 끌어올 수 있다. 효과적인 재건작업은 적절한 통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투명성 참여도 신뢰성 법치주의 등은 적절한 정부통치를 위한 기반이 된다.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부터 지방 소도시에 이르기까지 적용할 정책과 기관들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다. 셋째, 지역공동체와 신생 정부기관들이 효율적으로 운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즉 실질적인 교육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충분한 능력을 키우는 데는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가장 첫 단계부터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넷째, 아프가니스탄 재건작업은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이 나라의 경우 소외계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그동안 여성 어린이 난민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대접을 못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적절한 수단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직업을 찾아주는 게 시급하다. ADB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로 농업 관개 교통 에너지 등의 분야를 지원해왔다. ADB의 지상목표는 역내 빈곤을 줄이는 것이므로 앞으로도 이곳에서 가난을 쫓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한다. 따라서 농업과 지방경제 회생이 아프가니스탄 재건작업의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이다. 농업은 아프가니스탄 경제의 원천이지만 20년간의 내전과 지난 3년간의 가뭄으로 이미 황폐화된 상태다. 농민과 난민들이 양귀비 대신 전통 작물을 적극 재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관개시설부터 복구해야 한다. 사회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경제재건의 첫번째 과제다. 아프가니스탄의 오랜 내전은 기반시설을 모두 파괴했으며 이것이 이 나라의 부흥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우선 도로를 놓아야 한다. 도로는 구호물품을 운반하기 쉽게 만들고 산골의 소도시를 큰 시장과 연결해줄 것이다. 도로건설 공사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당한 고용효과도 거둘 수도 있다. 이밖에 교육 건강 등의 분야 역시 아프가니스탄 재건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ADB는 이 계획을 위해 앞으로 2년반에 걸쳐 5억달러를 지원할 것이다.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이 글은 지노 다다오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최근 도쿄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재건회의에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