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합격한 만큼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 장차 반도체 분야의 1인자가 되겠습니다" 2002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특수교육자 대상 특별전형(공과대학 공학계)에 당당히 합격한 이정민씨(19.강원 춘천고 졸)의 소감이다. 선천성 뇌성마비 2급 장애인인 이씨는 보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남들처럼 빨리 말도 할 수 없고 손놀림도 남들만 못하다. 하지만 ''인생에서 신체의 장애는 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어머니 강아영씨(47)의 가르침에 따라 초등학교부터 재활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도 비평준화고교로 진학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평범한 보통 친구들''을 따라 잡기 위해 몇배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조금만 오래 걸어도 피로를 쉽게 느껴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도 물론이다. 이씨가 가장 방황을 했던 시절은 지난해초 연세대 공대 특별전형에 지원했다가 낙방했을 때였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한동안은 눈앞이 노랄 정도였다. 그러나 "장애인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어머니의 격려에 용기를 얻었다. 이씨에게는 쉬는 시간마다 필기노트를 빌려준 친구들 등 주변 사람들이 모두 고마운 존재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역시 어머니다. 외환위기는 이씨에게 힘든 시기의 시작을 의미했다. 실직한 아버지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지방을 전전했다. 이 통에 생계는 어머니가 책임져야 했다. 이로 인해 가정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늘 이씨에게 "포기하지 말라"며 격려했다. 이씨는 재수를 결심하면서 춘천에서 서울로 주거를 옮겼다. 입시전문학원에 다니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도 이씨와 함께 상경, 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등 외아들을 뒷바라지하는데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이씨는 "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합격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 모든 영광을 고생하신 어머니께 돌린다"고 말했다. 캠퍼스가 너무 넓어 걱정이라는 이씨는 "앞으로 공부도 맘껏 하고 좋아하는 뮤지컬 관련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