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기업에 근무 중인 홍성만씨(가명·33)는 지난 26일 저녁 모 결혼정보회사의 주선으로 맞선을 봤다. 홍씨는 이 결혼정보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대학 동창 김형만씨(가명.33)로부터 "남성 회원이 부족하니 대타로 여성 회원을 만나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홍씨가 결혼정보업체에 낸 비용은 단 한 푼도 없었다. 그는 "지난해말 이후 벌써 네차례나 맞선을 봤다"며 "여성 회원이 이렇게 많은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취업 대신 결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결혼중매시장에서 심각한 ''여초(女超)''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결혼정보회사마다 모자라는 남성 회원을 구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비회원 남성을 섭외해 여성 회원과의 맞선을 주선하거나 회원 남성에게 예정된 횟수보다 더 많은 맞선 기회를 주고 있다. 결혼정보업체인 D사의 경우 9월만 해도 전체 회원중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각각 43%, 57%를 기록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취업시즌인 10월에는 여성비율이 63.2%로 높아졌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채용이 마무리된 11월에는 66.4%로 상승했다. 특히 10월과 11월에 등록한 신규 여성회원중 졸업한 지 6개월 미만인 사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 37% 가량 증가했다. 다른 결혼정보업체의 상황도 비슷하다.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여성회원의 비율은 평균 52.4%였으나 12월말에는 56%로 올라갔다. 특히 여대생 회원비율은 지난해 1∼9월 평균인 12.9%에서 연말엔 17.0%로 높아졌다. 졸업을 앞둔 여대생중 상당수가 취업난에 고통받는 선배들을 보며 치열한 취업전쟁에 뛰어들기보다는 결혼을 선택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의 박주일 상무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 결혼이 취업의 대안 또는 ''제2의 취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대학가에는 ''취업 대신 시집간다''는 의미의 ''취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