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금리는 경기 회복 곡선을 따라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기 회복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는 하반기부터는 오름세가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3년 만기 국고채권 금리의 경우 연말 5.9%대 수준에서 경제성장률과 물가 수준에 따라 6%대를 넘어선 뒤 내년 연말에는 6%대 후반에서 7%대 초반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급차원에서 보면 수요위축 장세가 예상된다. 채권 공급이 올해보다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경기 회복과 이에 따른 주가 상승 등으로 채권 수요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콜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인하하며 금리 하락세를 도왔지만 내년에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물가는 3%대에서 안정되고 달러/원 환율은 경기 회복에 따라 하락추세를 보여 금리 상승폭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 경기회복 속도 주요국에 앞설 듯 = 미국 경제는 지난 3/4분기 중 마이너스 1.3%의 위축세에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중 침체 상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11 테러로 크게 나빠졌던 미국의 전국구매관리자협회(NAPM) 제조업 지수와 산업생산 등이 11월부터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소매 판매와 고용 사정도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호전되고 있다. IMF와 OECD는 최근 미국이 내년에 연간 기준으로 0.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 분기에는 3%대의 성장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내년에도 경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분기 1.2% 위축됐던 경제는 내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와 OECD는 내년 일본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1.0%로 예상했다. 국내 경제는 이들보다 훨씬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총생산(GDP)이 2.8% 증가했을 것으로 본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3.9%로 예상했다. IMF와 아시아개발은행도 3% 이상의 성장을 점쳤다. 주식시장은 이러한 기대를 반영, 연말 들어 강세를 나타냈다. 이로 인해 채권시장도 매수 심리가 크게 약해졌다. 경기 회복과 함께 나타나는 주식 시장의 강세는 내년에도 채권 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 엔화 하락의 채권시장 영향력은 적을 듯 = 그러나 엔화와 원화 약세 흐름 등 환율 요인은 크게 보아 금리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기 침체가 이어짐에 따라 엔화는 당분간 하락세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국내 경기가 좋기 때문에 원화는 엔화보다는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 경제가 아시아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견실하다는 점에서 엔화 하락폭에 비해 원화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이다. 엔/원 환율의 하락으로 인한 수출업체들의 경쟁력 악화를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출 증가 효과가 가시화된다면 심리적인 면에 비해 실질적인 영향력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 전반적 수급 둔화, 수요위축 장세 = 내년에는 올해보다 6,000억원 증가한 31조4,000억원 규모의 국채가 새로 발행될 예정이다. 올해 6조1,000억원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증가폭은 대폭 줄었다. 또 올해 40조원이나 발행된 예보채도 내년에는 발행 물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과 주가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올해 말부터 확대되기 시작한 자금의 채권시장 이탈이 내년에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말 일시적으로 늘어난 결제 관련 수요와 BIS 제고를 위한 은행권의 환매분이 연초에 재유입될 가능성이 커 금리는 단기 급락보다는 단계적인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 하반기부터 콜금리 인상론 주목 = 한국은행은 지난 9월 19일 올들어 네번째 금리를 인하한 후 세달 연속 동결했다. 그러나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면 금리는 하향조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산업생산이 4.9%나 증가하는 등 각종 지표가 호전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경기는 저점을 통과했거나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가 일단락됐거나 더 인하한다 해도 새해 1월 들어 한차례 가량 인하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의 경우 오히려 내년 상반기 공공요금 인상, 지방선거, 월드컵 효과 등을 고려하면 물가 불안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처지여서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은 더 이상 금리 하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경기활성화를 도모하면서도 물가안정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밝힌 점도 시사적이다. 내년 물가는 경기 회복과 함께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서서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연간 기준 3%대 초반에 이를 것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3%로 묶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