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진행될수록 지난 97년의 '한보사건'을 연상시키고 있다. 한보사건은 지난 97년 1월 한보그룹이 최종부도를 내자 불법대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벌여 청와대 총무수석 출신인 당시 홍인길 의원과 권노갑 의원 등 국회의원, 현직장관, 은행장 등이 줄줄이 구속됐던 사건. 그러나 검찰은 한보사건 연루의혹을 받고있던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1차 수사에서 무혐의 처리했지만 '면피용'이라는 여론의 비난이 잇따르자 같은해 3월재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재수사 끝에 검찰은 한보그룹이 아닌 다른 기업의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현직대통령 아들을 구속하고 안기부 운영차장 출신으로 당시 정권실세였던 김기섭씨를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진게이트' 역시 1차수사에서 정.관계 로비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던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다는 점에서 한보사건과 유사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작년 진씨 수사에서 검찰이 김재환 전 MCI코리아 회장으로부터 "국가정보원 정성홍 과장에게 4천만원을 빌려줬고 김방림 의원에게도 5천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놓고 이를 덮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검찰은 등 떠밀리듯 재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정씨를 구속한데 이어 진씨의 또다른 로비스트로 지목된 민주당 당료출신 최택곤(57)씨를 구속하고 신광옥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법처리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진씨의 총선자금 유포설 역시 검찰수사의 사정권에 들면서 정치권에 '핵폭풍'을 일으킬 불씨로 남아있다. 이에 따라 '진게이트'는 한보사건처럼 '기업인 로비 -> 정.관계인사 대거구속'이라는 수순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보사건처럼 정권실세의 사법처리까지 이어질지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진씨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던 정태수 전 회장처럼 입이 무거워 검찰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데다 진씨의 로비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로비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또 현재까지 진게이트 연루의혹의 용의선상에 떠오른 인물들은 주로 국정원 출신들로 구체적인 정권실세의 개입정황은 좀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보사건과 구별된다. 그러나 검찰이 '계좌추적'이라는 무기를 활용, 한보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정권실세들이 다른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재수사의 불똥도 '진게이트'를 뛰어넘어 다른 곳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