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지난해 3월 혹독한 시련기로 빠져들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표면상으로는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시련을 촉발시켰다. 회사 신뢰도가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그해 7월 신용평가회사는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곧이어 정부는 현대건설에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10월 18일 5천8백1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역시 냉냉했다. 그리고 지난해10월 30일 1차 부도를 냈다. 현대건설이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리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정부나 업계 일각에선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살려야 한다는 분위기도 만만찮았다. 현대건설에 유리한 분위기는 올초부터 서서히 조성되기 시작했다.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기업 선정(1월16일)->외환은행과 여신거래 특별약정 체결(2월27일)->채권단의 출자전환 결정(3월29일)->감자(減資)결정(5월18일)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현대건설 내부에선 뼈를 깍는 듯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우선 인력을 크게 줄였다. 지난99년 12월말 현대건설의 종업원수는 7천1백35명이었던 것이 올해 9월말에는 4천7백49명으로 1년 9개월사이에 33%가 감축됐다. 분사(分社) 및 아웃소싱도 병행됐다. 현대엔지니어링 철구사업부 종합건축설계실 인재교육센터가 분사됐고 식당 스포츠클럽 등의 직원편의시설 운영은 외주업체에 맡겼다. 보유부동산 사업용자산 해외자산 건설장비 유가증권 등 3천1백75억원 규모를 매각하는 자구계획도 세웠다. 이 가운데 지난10월말까지 2천2백39억원(달성률 70.5%)어치가 팔렸다. 금융지원과 구조조정의 결실은 올 하반기부터 서서히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재개발.재건축아파트 수주실적과 아파트 청약률이 눈에 띠게 높아졌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기도 했지만 이같은 실적이 나타난 것은 신인도가 회복됐기 때문이라고 현대건설은 분석하고 있다. 사실 현대건설은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져 나오면서 아파트청약률이 뚝 떨어져 고심했다. 재개발.재건축아파트 수주전에도 참가하지 못해 건설업계 맏형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이제 상황은 1백80도 달라졌다. 올해 수주한 12건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수주실적 가운데 절반을 9월중에 수주했다. 그동안 팔리지 않았던 미분양아파트는 급속히 소진됐다.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청약률은 물론 계약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26일 청약을 받은 경기도 용인 죽전3.4차 현대홈타운 아파트는 1순위에서 평균 3.6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경기도 부천시 범박3단지에서 공급된 1천12가구의 계약률은 98%에 달하고 있다. 지난10월초 청약을 받은 마포강변홈타운과 한남동홈타운은 각각 73대1,25대1의 기록적인 청약경쟁률에 이어 계약 첫날 1백% 마감됐다. 현대건설이 올해말기준으로 예상하고 있는 1인당 매출생산성은 15억1천만원이다. 지난해에 비해 6억1천만원 올라가는 것이다. 2003년에는 1인당 매출생산성 목표를 16억원으로 잡고 있다. 현대건설의 올해말기준 예상 차입금은 1조9천억원이며 금융비용부담률은 4.8%다. 내년에는 금융비용부담률을 2.4%로 예상하고 있다. 심현영 사장은 "내년에는 흑자원년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