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조가 갈렸다. 내년 5월31일 프랑스-세네갈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6월30일까지 진행될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 오른 32개 진출국에 대한 8개 조편성이 끝나면서 나라별 희비가 엇갈렸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스웨덴, 나이지리아가 속한 팀은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죽음의 조'가 됐고 한국은 포르투갈 이외에 결코 쉽지 않은 폴란드, 미국과 대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톱시드 팀들의 무난한 16강행이 예상되고 있으나 역대 대회에서 이변은 있었기 때문에 내년 월드컵에서도 정확한 16강 진출팀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A조(프랑스 세네갈 우루과이 덴마크) = 프랑스의 16강 진출이 의심받지 않는 가운데 덴마크가 우루과이를 제치고 남은 1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의 지휘아래 '98프랑스월드컵 우승 멤버들이 건재하고 지난해 유럽선수권과 올해 컨페더레이션컵을 제패한 자신감까지 더해져 전문가들이 꼽는 우승후보에서 빠지지 않는다. 덴마크는 유럽예선에서 체코와 불가리아를 제치고 6승4무로 조 1위를 차지해 통산 3번째로 월드컵 본선에 오른 강호. 98년 프랑스월드컵때 나이지리아를 누르고 8강에 오르면서 유럽의 강호로 자리매김했고 FIFA 랭킹은 17위이고 전력의 핵은 10경기에서 9골을 작렬한 에베 산이다. 우루과이는 1924년과 1928년 우승팀이지만 최근 전력이 약화돼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이번이 통산 10번째 밟는 본선무대이지만 90년 이후 12년만일 정도로 하락세이고 세네갈은 이번이 월드컵 본선 처녀 출전. ▲B조(스페인 슬로베니아 파라과이 남아프리카공화국) = 스페인이 간발의 차로 앞서 있는 가운데 나머지 3개국이 진흙탕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세계랭킹 7위인 스페인은 지금까지 10차례 월드컵 본선에 올라 매번 우승후보내지 다크호스로 꼽히고도 월드컵을 품어보지 못한 한을 이 기회에 풀려고 벼르고있다.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의 지휘아래 골잡이 라울 곤살레스와 허리의 멘디에타, 엔리케가 버틴 공격진은 아르헨티나 못지 않은 역대 최강으로 불린다. 랭킹 비교에서 슬로베니아는 27위, 파라과이는 14위, 남아공은 34위. 슬로베니아는 유럽지역 플레이오프에서 루마니아를 격침시키고 사상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골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로 유명한 파라과이는 남미지역 4위에 올랐으며 이번이 6번째 본선행. 또 남아공은 96년 아프리카선수권 우승팀으로, 98년에 이어 2회연속 본선진출을 이룬 복병이다. ▲C조(브라질 터키 중국 코스타리카) = 최근 추락을 거듭해온 브라질과 유럽의 최대 복병 터키의 우세가 점쳐진다. 브라질은 지역예선을 통해 `종이 호랑이'로 변질된 모습을 보였지만 스타플레이어들의 팀워크를 잘 일궈낼 경우 거듭날 것이 분명해 예선탈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90년대 들어 부쩍 강해진 터키는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오스트리아를 꺾고 48년만의 본선 복귀를 달성, 98년대회때의 크로아티아 못지않은 돌풍을 일으킬 팀으로 꼽힌다. 11월 현재 FIFA랭킹은 23위이며 `황소'라는 별명을 가진 하칸 수쿠르(30)가 단연 돋보이며 세놀 귀네스가 팀을 이끈다. 이들에 비해 사상 첫 본선진출을 이룬 중국과 북중미의 코스타리카는 여러면에서 다소 뒤진 상태. ▲D조(한국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 = 포르투갈의 질주속에 한국이 개최국의 이점을 업고 폴란드, 미국과 접전을 펼쳐야 한다. 세계랭킹 4위인 포르투갈은 유럽 예선 2조에서 7승3무를 기록, 네덜란드를 탈락시키는 이변의 드라마를 연출한 장본인. 루이스 피구, 루이 코스타, 누누 고메스 등 89년과 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 2연패 멤버들의 기량이 절정에 올라 일부 전문가들은 우승후보로 꼽기도 한다. 5회연속 본선진출을 기록한 한국이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 숙원인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는 74년과 82년 각각 3위에 오른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 최근 북중미의 강호로 자리잡은 미국은 유럽 무대에 진출한 선수들과 국내메이저리그축구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는 등 유럽식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