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부실 기업 및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사실로 밝혀졌다. 과다 차입과 부실 경영 등으로 IMF 경제위기를 초래한 이들이 빚을 갚기보다는 거액의 재산을 은닉했으며 일부 임직원들은 해외에서 골프를 즐기거나 도박을 하는 방탕한 생활을 일삼아 왔다. 해외로 자금을 빼돌려 국부를 유출한 기업인들도 있었다.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들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구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임원보수를 80% 이상 올리거나 퇴직금을 늘리는 등 방만경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적자금 운영 및 회수를 관리 감독해야 할 자산공사와 예금보험공사의 도덕적 해이현상도 심각했다. 자산공사 직원들은 부실 채권을 회수하면서 발생한 배당금을 횡령,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 재산 유용 및 은닉 =기아중공업 김모 전 대표 등 금융 부실을 초래한 채무자(법인 5백57개 포함) 2천7백32명이 5조6천3백54억원의 재산을 본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었다. 또 6백91명은 회사의 부도 시점을 전후해 4천1백43억원의 재산을 배우자 자녀 등에게 증여,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법으로 채무면탈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 가운데 부실기업 전 대주주 16명은 지난 98년 초부터 지난 7월까지 3백19회에 걸쳐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골프 도박 귀금속 구입 등으로 5억7천만원 상당의 외화를 사용,기업가 윤리에 벗어난 생활을 했다.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D은행 허모 전 은행장이 1억3천5백만원짜리 골프회원권을 보유하는 등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 1천3백36명이 부동산 주식 골프회원권 등 5천2백73억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 재산 해외도피 =J M K사 등 4개 부실기업과 관련 대주주 8명은 4억달러(약 5천억원) 상당을 미국 캐나다 등 해외로 유출한 혐의가 포착돼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수출 대금을 회수하지 않거나(J사 1억9천8백만달러) △거래를 위장해 외화를 송금하고(M사 1억6천4백여만달러) △유령회사에 투자(N종금 김모 대주주 5백42만달러)하는 등 상거래 행위로 위장한 전통적인 수법으로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 S사의 경우 미국 소재 현지법인이 청산됐음에도 2천7백18만달러 상당의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않았다. ◇ 횡령 =한국자산관리 공사 직원 9명은 부실채권 경락배당금과 담보유가증권 등 24억원을 횡령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대한생명보험 직원 4명이 퇴직금을 과다 산정해 16억7천여만원을 횡령하는 등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횡령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