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영국 형이상학파 시의 대표주자 존 던.그는 종교적 명상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서 고난과 부활까지의 과정으로 노래하면서 그 속에 자신의 방황을 함께 녹여낸 시인이다. 탁월한 시인이자 신부이기도 했던 그의 절창들이 '존 던의 거룩한 시편'(김선향 편역,청동거울)으로 번역돼 나왔다. 그는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나무의 수액이 겨울엔 땅 밑 뿌리를 찾듯이' 신앙과 문학의 밑둥을 어루만졌다. 그가 병든 몸으로 영국에서 대륙행의 마지막 여행을 떠났을 때 '빛이 가장 적게 드는 교회가 기도하기에 가장 좋습니다'라고 쓴 사연은 참으로 애절하다. 아내가 사산아를 분만하고 세상을 뜬 뒤 그는 신앙의 바다에 깊이 가라앉아 영국이라는 섬까지 바치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예전에는 인간이 하느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것이 대단했으나/하느님께서 인간처럼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더욱 대단하도다'라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인간의 '구원'이 '창조'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이렇게 암시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마치 대지가 태양에 의해 수태되고,/온갖 아름다운 것을 낳아도,/그 빛이 어떤 경로를 달리는지 결코 알지 못하듯' 미완성의 존재다. 그래서 시인은 말한다. '수영해 보라,그러면 헤엄칠 때마다,그대는 그대의 십자가이니,/돛대와 활대는 바다가 출렁일 때마다 십자가를 이룬다. /아래를 보라,작은 것들에서도 그대는 십자가를 엿보리,/위를 보라,그대는 새들이 가로지른 날개로 솟아오르는 것을 보리니' 이번 시집은 왼쪽에 원문을 싣고 오른쪽에 번역문을 배치,한 구절씩 대조하며 읽을 수 있도록 돼있다. 그의 시를 옮기고 엮은 김선향 교수(경남대 영문학부)는 3년 전에도 '존 던의 연가-그 사랑의 해법'을 냈으며 '17세기 형이상학파 5인 시선집'도 편역했다. 그는 영국 유학시절부터 남다른 관심을 쏟아 '존 던과 T S 엘리어트의 연가 연구' 논문을 비롯 존 던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온 전문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