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원내 과반수에서 단 1석 모자라는 136석을 확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과거와는 달리 `거야(巨野)'의 지도자로서 정치적 책임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총재의 정치적 선택과 결단이 정치권 내부는 물론 국정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 총재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는 분위기다. 주변 당직자들에게 "10.25 재보선 승리에 도취하지 말고 겸손하라"고 거듭 주문하고, 여권에 족쇄를 채워 압박하는 대여 강공전략의 일부를 수정케 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이 총재는 29일 총재단회의에서 "선거 결과는 야당도 잘해야 한다는 채찍질의 의미도 있으니 우리 스스로 쇄신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이용호 게이트는 특검으로 하는게 좋겠다"며 사실상 국정조사 요구를 철회할 뜻을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 28일 조선일보와의 회견에서 "수(數)의 힘에 의한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며, 의원 추가영입으로 과반수를 만들어 정국운영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사회복지예산에 인색하거나 무조건 삭감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그동안 '선심성 예산'이라는 주장을 펴온 사회복지예산 삭감에도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정기국회를 비롯, 매년 큰 폭의 예산삭감을 고집해온 한나라당 방침에 비쳐볼 때 '파격'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추석이후 한달째 중단해온 민생투어를 재개, 31일 충북 청주를 시작으로 내달 1일 대구, 4일 울산을 각각 방문, 국민들과의 접촉반경을 넓혀가며 `국민우선정치'를 실천에 옮길 계획이며 여야 영수회담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내년 대선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총재의 입장에선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당내 보혁(保革) 세력간 갈등을 치유하고 김덕룡 박근혜 이부영 손학규 의원 등비주류 중진들의 반발과 불만을 달래야 하며 김정일 답방 문제와 의보 재정통합, 방송법 개정 등 주요현안에 대한 당론 혼선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 등 일부 당직자들의 잇단 '튀는' 발언과 당의 종합기획능력 부재, 장기비전 제시 부족 등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에 당일각에서는 여권의 당정쇄신을 요구하기 이전에 일부 문제있는 인사들에 대한 소폭의 당직개편 등 당내 쇄신도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무게를 얻어가고 있다. 특히 당전체의 종합 기획능력 제고를 위해 능력이 검증된 맹형규(孟亨奎) 의원을 기획위원장으로 다시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당론을 둘러싼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 조만간 의원 연찬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