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에서 다시 '강한 달러'가 자리잡고 있다. 9·11테러 직후 달러당 1백15엔선까지 급락했던 달러 가치가 지금은 1백23엔선을 넘볼 정도로 강해졌다.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급등,유로당 0.88~0.89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달 전만 해도 유로당 0.93달러선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던 달러였다. ◇왜 오르나=미국 경제가 유럽이나 일본에 앞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의 9월 경기선행지수가 0.5%나 떨어지는 악재에도 달러 상승세는 지속됐다. 이 악재는 예상된 것으로 이미 시장에 반영된 재료다. 독일의 9월 기업신뢰지수가 2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유럽 경제가 본격적인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 것도 달러 강세의 요인이다. 올해와 내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일본 경제상황 역시 달러 가치 상승을 재촉하고 있다. 물론 미국 경제상황도 지금 매우 좋지 않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일본이나 유럽보다 먼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달러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향후 전망은=대규모 추가테러같은 돌발변수가 등장하지 않는 한 엔화에 대한 달러강세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엔화 약세(달러 강세)고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지난달에만 모두 일곱차례 외환시장에 개입,2백50억달러어치의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샀다. 전문가들은 달러가 당분간 1백20~1백25엔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화에 대한 달러 가치에서는 25일의 ECB 정책회의가 변수다. ECB가 이날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유럽경제 회복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져 유로화 가치가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ECB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달러 가치는 유로당 0.87달러선까지 올라 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