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는 24일 저녁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2시간여 동안 단독회동을 갖고 경제, 대북, 언론, 부정부패, 정치풍토 쇄신 등 5개항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하고앞으로도 수시로 회동하기로 하는 등 협력을 다짐했다. 이날 회동은 지난 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YS 서도전 회동 이후 7개월만인데다 JP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결별한 뒤 첫 만남이어서 관심이 집중됐다. 두 사람은 회동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JP가 미리 준비한 `반 DJ노선' 성격의 합의안에 YS도 별다른 이의제기없이 흔쾌히 동의하는 등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회동을 마친 뒤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과 자민련 변웅전(邊雄田) 의원을 통해 합의사항을 발표, "나라가 중대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데 우려를 함께 했다", "권력 핵심에서부터 부패했다", "현정권의 모든 비리를 파헤치고 진상을규명해야 한다"는 등으로 김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을 집중했다. 이어 두 사람은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국기를 뒤흔드는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한 뒤 "야당마저 마구잡이식 대북 퍼주기에 나서서 김정일(金正日) 눈치보기에 급급해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라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도 겨냥했다. 특히 YS와 JP는 "불의한 정치풍토는 쇄신돼야 한다"며 "신의와 도의을 저버린파렴치한 정치인들은 발을 붙이지 못해야 하며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줄 수 있도록 정치인이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명예총재의 한 측근은 "`파렴치한 정치인'은 JP를 배신한 이한동(李漢東) 총리를 겨냥한 말"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들의 `정치풍토 쇄신' 선언을 두 사람이 중심이 된 `정계개편설'과 연계시키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두 사람이 서로 손잡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위해 `반 DJ' 연대나 제휴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정계일각에선 두사람이 부산.경남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의구축을 위해 신당창당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종웅 의원과 변웅전 대변인이 "두 분이 공개하지 못한 더 깊은 얘기도 많이나눈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대선협력'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박 의원은 또 "앞으로도 두분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필요할 경우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기로 한데 주목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단독 회동에 앞서 YS는 약속시간 5분전에 도착, 먼저 와 기다리던 JP의 손을 잡고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으며 이어 두 사람은 보도진이 지켜보는 가운데날씨와 YS의 배드민턴 운동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특히 YS가 "세월은 마냥 지나가는 것 같다. 여름이 그리 덥더니 선선해졌다. 금방 추워진다"라고 말하자 JP는 "계절은 어김없다. 사람은 왔다갔다 해도 계절은 틀림없다"며 이한동 총리와 민주당으로 옮겨간 이적의원들을 겨냥했다. 이에 YS는 "계절은 참 정직하다"라고 맞장구를 친 뒤 "어느 사람도 시작한 것같더니 임기가 끝났다. 1년이 남았지만 금방 간다"고 김 대통령을 겨냥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