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추가 조정에 들어갔다. 유동성 장세 기대감에 의한 단기 급등이 일단락 된 이후 경기문제가 다시 증시 전면에 부각되면서 반등을 버거워하는 모습이어서 기간 및 지수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이주 들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뉴욕증시가 반등한 탓에 이날 종합지수는 보합권에서 맴돌며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동성 보강 기대감의 소멸과 함께 상승을 주도했던 은행, 건설 등 대중주가 조정국면에 접어들자 당분간 550선에 위치한 20일 이동평균선의 지지력 테스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실제적인 증시로의 자금 유입 신호가 들리지 않는 가운데 유동성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줬던 거래량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에너지 보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향후 증시는 경기 회복 시기가 하반기 이후로 늦춰진 가운데 △뉴욕 등 해외증시 안정감 회복 △대중주의 조정 기간 △미국 금리인하 폭과 향후 전망 △ 달러화 움직임 △현대투신 외자유치 등 구조조정 가속화 등에 따라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기대감이 꺾인 상황에서 단기 상승 이전 지수인 540선 복귀를 점치는 시각과 '결국은 증시로 자금이 쏠릴 것'이라는 견해 충돌도 당분간은 지속될 전망이다. 21일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20분 현재 566.09로 전날보다 1.00포인트, 0.18% 내렸고 코스닥지수는 0.12포인트, 0.18% 높은 68.09를 가리켰다. ◆ 경기와 금리 = 이날 종합지수는 뉴욕증시 반등을 따라 기세 좋게 출발했으나 외국인 매물을 맞은 삼성전자와 우량 은행주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약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월요일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컨퍼런스보드의 7월 경기선행지수가 넉달째 올랐다는 소식에 경기 회복 기대감이 고개를 내밀며 동반 오름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수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작용, 투자심리 회복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또 외국인은 나흘만에 매도우위를 나타내며 하락 압력을 가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격감, 여섯달 연속 수출 감소 우려를 자아냈다. 한국은행은 2/4분기 국내총생산(GDP)가 2.7% 증가했다는 잠정치를 발표했다. 이는 최근 10분기중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지난주 말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에 이어 경기선행지수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화요일 금리인하 폭을 결정 짓는다. 미국 금리인하는 이미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0.25%포인트 인하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기대감 장세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경기 지표가 엇갈리고 있어 적극적인 매매 참여를 자제하고 있다"며 "3/4분기내에는 뚜렷한 경기 회복 신호를 기대하기 어려워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을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하는 그 폭에 따라 단기 충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올들어 예정된 금리인하가 그랬던 것처럼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은행주 급락 등 = 이날 증시 하락은 은행주가 주도하고 있다. 은행주는 차익실현 매물출회 시점에서 국민주택 합병은행의 신용카드계정 국민카드 양도설, 인천정유 법정관리설 등 악성 루머가 더해지면서 급락했다. 국민 주택은행이 합병 후 신용카드계정을 국민카드로 넘기고 주택은행이 관리하는 40조원의 국민주택기금마저 합병은행에서 분리되다는 소문에 인천정유가 지난 20일 1차 부도를 낸 후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중이라는 소식이 매물을 불렀다. 은행업종지수는 2.94% 하락, 업종지수 하락률 1위다. 국민, 주택은행이 각각 4.50%. 4.78% 속락했고 조흥, 외환, 신한 등 상장 거래되는 전종목이 약세다. 이밖에 증권주도 현대증권 재료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0.94% 내렸다. 건설주가 현대건설 강세에 힘입어 강보합권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전날에 이어 대중주 사이의 활발한 순환매가 꺾인 가운데 별다른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저가주로 투기성 짙은 매수세가 몰리고 있으나 이또한 제한적이다. 한화증권 투자전략팀 조덕현 차장은 "전날 대중주 조정 속에서도 우량 은행주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버티던 은행주가 악재가 돌출하면서 급락했다"며 "단기 급등에 대한 가격 부담이 상존하고 있어 당분간 대중주 조정을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 차장은 그러나 "결국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하반기의 주된 테마는 대중주"라며 "이들 업종의 반등시기를 눈여겨 보면서 전체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현대투신, 변죽만 울리고 = 이날 오전 진념 부총리는 한국정학학회 초청 토론회에서 "測尹村?외자유치는 이르면 오늘중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는 즉각 반응했고 현대증권을 비롯한 증권주가 강세를 보이며 종합지수는 570선을 넘겼다. 그러나 곧바로 금감위쪽에서 "아직 핵심 사항에 대해 타결을 보지 못했다"며 이날 중 타결 가능성이 희박함을 내비쳤다. 현대증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대투신 매각건에 대해 매달 말이 되면 다음달이면 확정된다고 말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오늘 진 장관의 발언도 같은 국면에서 이해돼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한때 7% 이상 급등했으나 현재 전날보다 360원 오른 9,99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외환은행 등 하이닉스 채권단은 이번주 내 하이닉스의 추가지원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만기연장, 출자전환, 신규 자금지원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이닉스는 소폭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투신 등 구조조정 문제가 타결되더라도 증시에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우차 매각 등과 일괄 처리돼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 한 개별 종목 재료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지난번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하이닉스의 해외DR 발행 성공 사례에서 봤듯이 개별 기업 구조조정이 종합지수 방향을 결정하긴 힘들다"며 "개별 종목으로써도 재료 소멸 측면에서 오히려 악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