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의 해수담수화설비, 주성엔지니어링의 CVD장비(화학증착방식 반도체 웨이퍼 가공장비), 대우종합기계의 굴삭기와 NC(수치제어) 선반 등. 기계류중 지난해 수출실적이 1억달러를 넘은 주요 품목이다. 반도체나 자동차 철강 등의 수출에 비하면 뭐그리 대단한 성과냐고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품목이 기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구나 이들 제품은 기술수준에서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오히려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년 적자라는 기계산업의 오명을 씻어줄 수 있는 효자상품이다"(산자부 자본재산업총괄과 김성원 사무관) 사실 한국의 기계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선진국과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지난 98년 현재 핵심 설계기술의 경우 미국이 100이라면 일본이 90,한국은 겨우 30∼40 수준이다. 가공조립기술도 일본을 100으로 할 때 80∼90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과학기술부는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9년 기준으로 국내 기계류의 자급도는 75.4%에 불과하다. 나머지 24.6%를 수입에 의존한다. 고부가가치 핵심설비일수록 수입의존도가 높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나올 수밖에 없다. 기계류는 특히 대일(對日)적자가 크다. 지난해 한해에만 무려 95억달러의 대일 적자를 냈다. "기계산업은 산업간의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고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기간산업이다. 기계제품의 품질과 성능이 곧 다른 상품의 경쟁력을 좌우한다"(정만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기계산업의 일류화는 무역수지개선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전체의 구조고도화를 위해서도 시급하다는 얘기다. 산업자원부는 그런 점에서 두산중공업의 해수담수화설비나 주성엔지니어링의 CVD장비 등을 높게 평가한다. 지난해 1억2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린 주성엔지니어링의 CVD는 반도체 전공정의 핵심장비중 하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는 상당부분 국산화가 이루어졌으나 전공정 장비는 국내 조달이 가능한 게 CVD 등 서너 품목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주성의 CVD 등은 일본제품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는 미국 일본 독일 대만 등 반도체를 만드는 나라외에는 수출을 할 수 없다. 1억달러 이상을 이들 나라에 수출했다는 것은 곧 선진국에서도 주성의 기술을 인정한다는 방증이다. 산업자원부는 주성의 기술수준이 경쟁업체인 일본의 ASM재팬 등에 비해 30% 정도 앞서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종합기계의 굴삭기도 일본의 히타치,고마쓰사 등과 미국의 캐터필러사 등 세계적인 업체들과 맞서 전혀 밀리지 않는 품목이다. 이 회사가 96년 단독출자해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시에 설립한 현지생산·판매법인 '연대유한공사'가 지난해 이들 업체를 따돌리고 중국내 굴삭기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선 것. 중국공정기계협회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우의 중국시장점유율은 21.2%로 히타치(19.4%), 고마쓰(19.0%), 미국의 캐터필러(15.9%)를 추월했다. 지난 96년 고작 1백20대에 불과했던 굴삭기 판매실적은 지난해 1천4백25대로 무려 18배나 급증했다. 전세계 굴삭기 시장점유율에서도 대우는 6.8%로 고마쓰(21.0%), 히타치(19.8%), 캐터필러(18.4%), 코벨코(8.3%)에 이어 5위에 올라 있다. 대우의 굴삭기는 기술수준에서도 선진국 경쟁업체의 90%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화다이아와 신한다이아의 다이아몬드공구기, 대우종합기계의 NC선반도 지난해 각각 1억2천만달러, 1억6천2백만달러를 수출한 효자제품이다. 특히 다이아몬드 공구기는 독일의 윈터, 미국의 노톤 등 선진국 경쟁업체에 비해 기술에서도 30% 가량 우위에 올라섰다. 대우의 NC선반도 세계 일류업체인 일본의 MAZAK, 모리세이키 등에 95% 수준까지 따라 붙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국업체가 세계시장을 30% 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품목도 적지 않다. EO테크닉스의 레이저마킹기와 썬스타특수정밀의 자동자수기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칩위에 레이저로 문자를 새기는 레이저마킹기는 EO테크닉스가 NEC 도시바 등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세계시장의 36%를 차지했다. 썬스타특수정밀은 자체 개발한 고속자동자수기를 앞세워 올해 8천6백만달러어치를 수출(세계시장 점유율 29%)할 계획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