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이 전자업계가 겪고 있는 최악의 부진으로 인해 국내경제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에 봉착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일 보도했다. 지난 10년간 일본경제의 침체속에서도 전자산업은 산업전반을 부양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일부산업의 부진을 상쇄시키는 효과도 낳았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가운데 5분의 2가 반도체산업에서만 나오는 등 공헌도가 높았다고 AWSJ은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의 전자업체들은 최근 전례없는 복합불황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퀘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반도체산업 성장을 이끌어온 세계 PC출하가 지난 86년 이후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이로 인해 세계반도체 매출도 1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일본의 주력생산품인 D램 매출은 올해 무려 56%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의 전자업체들은 또 밀려드는 외국업체들의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과 대만의 경쟁업체들은 반도체와 평면스크린 등 한때 일본이 주도했던 제품의 기술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즈 등 미국기업들까지 최근 컴퓨터서비스 분야 등에서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AWSJ은 그러나 아직도 일본의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산업침체가 지난 수년간의 설비투자 증가에 이은 자연적인 조정과정으로 경기사이클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분석하면서 전자산업은 여전히 일본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어느 시점이 되면 곧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경제지표와 기업실적발표는 일본 하이테크산업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AWSJ은 논평했다. 지난 31일 마쓰시타(松下)전기산업은 지난 2.4분기 387억엔의 영업손실을 기록, 지난 49년 상장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나타냈다고 밝혔으며 NEC도 반도체사업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4천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쓰시타는 또 지난 3월부터 오는 9월까지 6개월간 450억엔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매출 또한 당초 예상했던 5%감소에서 더 늘어난 10%감소로 3조3천800억엔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최근의 구조조정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NEC조차 지난 4월부터 오는 10월까지 6개월간의 수익이 당초 예상치인 150억엔에서 급감한 30억엔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최근 반도체 경기침체에 따라 설비투자도 대폭 줄이고 있다. NEC의 반도체생산부문 스기야마 간지 사장은 "이같은 침체를 겪은 적은 없었다"며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AWSJ은 이같은 전자업종의 침체가 일본의 전반적인 산업침체로 이어지면서 올해 산업생산은 지난 90년대 경기불황의 최고조였던 지난 98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최근 증시에도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난 30일 도쿄증시 닛케이225지수는 16년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침체로 인해 유일하게 나아진 부분이 있다면 오랫동안 지연됐던 구조조정을 촉발시켰다는 점으로 이로 인해 재생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AWSJ은 지적했다. AWSJ은 일본 전자업체 경영자들은 이제 수익성이 낮은 부문을 과함하게 폐쇄하거나 매각 또는 인수합병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