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미국 주가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19일 종합주가지수는 소폭이나마 상승했다. 그러나 "체감지수"는 썰렁했다. 하락종목수가 6백2개(하한가 24개포함)로 상승종목수 2백20개(상한가 12개 포함)의 3배 가까이에 달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이른바 "빅5"가 모처럼 제구실을 해준 덕분이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중 포항제철을 제외한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이 모두 올랐다. 이들 4개 종목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2%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하락종목수가 엄청났음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상승하는 괴리현상이 빚어졌다. 전문가들은 '빅4'의 선전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주가를 이들 종목이 막아주는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이들을 외면해온 외국인이 최근 들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들 종목이 추세적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속단할 수는 물론 없다. 그러나 이들 종목의 상승세 반전은 모멘텀이 발생할 경우 지수 전체를 상승세로 돌릴수 있다는 점에서 매매전략에 주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바닥에 대한 인식 확대=포항제철을 제외한 이른바 '빅4'가 이날 일제히 상승한 것은 바닥에 대한 인식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빠졌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저가 매수세가 가세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서 두드러졌다. 두 종목을 둘러싸고 이날 특별한 호재가 나온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각각 5.67%와 6.59%나 뛰어 올랐다. 삼성전자는 17만원대를,SK텔레콤은 20만원대를 다시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바닥인식론'으로 해석한다. 전병서 대우증권 조사부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에 비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PBR(주가순자산비율)가 1.1배에 불과하다"며 "이는 10년에 한 번씩이나 나타날 만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도 마찬가지다. 정승교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의 통신서비스 업체에 대한 비대칭적 규제를 감안하더라도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은 절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라며 "이날 반등은 이에 대한 반발"이라고 해석했다. ◇외국인의 매매태도 변화=외국인은 이 날 삼성전자 3백48억원,SK텔레콤 71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한국전력에 대해선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5일 연속 순매수행진을 벌였다. 포철 한통도 이달 들어선 매수우위다. 외국인의 이같은 태도는 한국 증시에 대한 전망이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외국인은 올 들어 평균 570선에서 주식을 사들였다"며 "이를 감안하면 외국인이 적극적인 순매수로 전환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한국 증시를 떠나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전략=그렇다고 증시에 파란불이 켜졌다고 속단할 수 없다. 여전히 미국 증시라는 외생변수에 국내 증시가 이끌리고 있다. 특히 기업실적에 대한 관심이 2·4분기 실적에서 3·4분기 실적으로 옮겨간 상태라 국내외 기업 실적에 따라 당분간 주가가 출렁거릴 전망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