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검찰에 적발된 '공적자금 및 공공기금 관련 비리'로 인한 국가재정 손실규모가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나 '국민혈세'낭비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금융기관 임직원과 기업주 등이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하는 각종 금융비리는 물론 공공기금 횡령.편취에 혈안이었고 '나랏돈' 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부투자기관마저 공공기금 등을 방만하게 운용, 재정부실을 초래한 경우도 많았다. ◇ 공적자금.기금 빼먹기 = 적발된 비리는 크게 금융기관, 기업체 등이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경우(1조4천80억원)와 공공기금을 편취.횡령한 경우(5천200억원)로 나뉜다. 공적자금 투입유발 비리로는 동아금고 불법대출사건과 ㈜한국기술투자(KTIC)의해외펀드 수익금 횡령사건이 대표적 케이스. 동아금고의 김동렬(61) 대표 등은 총 66개 가.차명을 이용해 301차례에 걸쳐 2천471억원을 대주주에게 불법대출, 금고에 손해를 입히고 결산때 2천77억원의 자산을 분식회계, 우량회사를 졸지에 부실회사로 만들었다. 서갑수(54) 회장 등 한국기술투자 임직원들은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한 역외펀드를 통해 조성한 자금을 회사에 귀속시키지 않고 국내에 반입, 개인채무 변제 등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증권 부산중앙지점 김모(39) 전 차장 등이 휴면계좌 이용,전산조작 등의 수법으로 빼돌린 고객 예탁금 764억원을 주식투자 등에 유용한 것이나 서대전 신용협동조합 김모(42) 상무 등이 조합 여유자금 73억원으로 주식투자를 한 것도 비슷한 케이스다. 한편 퇴출금융기관에 예금유치 실적이 없는데도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예금대지급 소송을 제기하는 이른바 '소송사기범'도 10여명이 적발된 가운데 예보공사가 진행중인 민사소송 가액이 2천440억원에 달해 공적자금의 또 다른 낭비가 우려되고있다. ◇ 방만한 '나랏돈' 운용 = 정부가 공적자금을 기반으로 설치.운용한 61개 공공기금도 줄줄이 새나간 것으로 확인돼 '기금운용이 방만하다'는 시중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정부투자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99년 7월부터 정부출연금 2천억원으로 기금을 조성, 생계형창업특별보증제를 운영중이나 보증사고가 줄을 이어 기금고갈 위기에 처해있다. 서민들로부터 생계용 사업장 확보를 증명하는 임대차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만으로 보증서를 발부하고 이를 근거로 은행에서 창업자금을 대출받도록 하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1천300여억원의 대출보증이 사고를 당한 상태다. 주택을 임차하거나 취득하려는 서민을 대상으로 임대차계약서만으로 대출보증서를 발부하는 주택금융신용보증제 역시 현재 2천200여억원이 보증사고로 대위변제됐다. 또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지난한해 동안만 전국적으로 5천500억원 상당을 보증사고 대위변제 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확인돼 보증심사가 너무 허술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술신보 전 김해지점장 김모(49)씨가 대출보증서 발급을 대가로 3억2천만원을 업자로부터 받아챙긴 사실까지 적발돼 기금운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실감케 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