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는 소리다.하이닉스반도체 지원은 전적으로 채권단이 자기 판단과 책임아래 결정할 일이다. 그런데 왜 정부에 손을 벌리나"

진념 부총리는 채권단이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CB(전환사채) 1조원을 인수하며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요청한데 대해 한마디로 잘랐다고 한다.

이 한마디로 하이닉스반도체 지원방안을 확정짓기로 했던 2일 채권단회의는 연기됐다.

채권단은 이제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구나 다음주엔 살로먼스미스바니와 하이닉스반도체가 1조8천억원의 외자유치를 위해 해외 로드쇼를 나가도록 돼 있다.

그전까지 국내 채권단도 외국투자자들에게 뭔가 확신을 심어줄 묘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래저래 채권단 쪽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정말 살릴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번엔 규정상 가능한 신속인수 회사채 만기연장도 안된다고 하더니 이번엔 CB보증도 못해 주겠단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해외투자자에게 불안감만 심어줄 뿐이다"(채권단 관계자)

정부 방침의 일관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채권단이 현대건설에 출자전환을 결정했을 때 정부는 CB 7천5백억원엔 신보 보증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현대건설은 되고 하이닉스반도체는 안된다니 말이 되나. 무슨 잣대로 보증여부를 결정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너무 눈치를 본다는 비아냥소리도 들린다.

하이닉스반도체 지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시비나 특혜논란 등에 정부가 움츠리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도 "통상마찰도 그렇고 일부 언론이 특혜라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부총리가 지원의사를 밝힐 수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그런 정부의 처지도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는 더이상 재벌 기업이 아니다.

외자유치가 성사되면 국내외 다수의 투자자들이 소유하는 반도체 회사일 뿐이다.

이런 기업을 살리자는게 부당지원이고 특혜라면 과연 어떤 기업을 살려야 하는 것일까.

차병석 금융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