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과 도올 김용옥씨가 24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도올의 논어이야기" 녹화장에서 만나 "인간"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도올의 초청으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 추기경은 공자와 그리스도교의 인간관을 비교,설명하며 인을 통한 사랑의 실천을 강조했다.

강의는 도올이 처음 15분 가량 한국 천주교의 주체적 수용과정을 설명한 데 이어 김 추기경이 강론하고 도올과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김 추기경은 팔순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또렷한 목소리로 1백여분 동안의 강의를 여유있게 이끌었다.

특히 소탈한 말투와 유머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 추기경은 공자의 "인" 그리스도교의 "사랑"에서 공통점을 찾았다.

인은 곧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며 이는 그리스도교에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조건없는 사랑과 상통한다는 것이다.

김 추기경은 "공자의 가르침은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해서이고 인간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인간을 빼면 공자의 가르침은 공허하다"고 강조했다.

공자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상의 덕으로 인을 내세웠으며 인은 곧 "애인(愛人)"이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자는 천명을 깨닫고 천명에 순응해야 군자,인자(仁者)가 될 수 있으며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인간완성의 경지로 보았다고 김 추기경은 말했다.

공자는 천(天)을 인격적 절대자로 인식했으며 하느님의 뜻인 천명을 알 때 비로소 이상적인 인간인 군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는 점에서 그리스도교와 공자의 인간관은 충분히 서로 통한다고 김 추기경은 덧붙였다.

김 추기경은 이어 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는 "하느님과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느님과 함께 이웃을,특히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약한 이웃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김 추기경은 홍제동 화재사건에서 희생된 소방관들과 동경에서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유학생 이수현씨의 사례를 들며 "인생의 길은 바로 이 살신성인의 실천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추기경은 "낙태와 교통사고 등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꿔야 한다"며 "인과 사랑을 실천하면 우리나라가 생명의 땅,인방(仁方)이 될 것"이라고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날 녹화된 "도올의 논어이야기"는 오는 27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