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한 채 급전직하했다. 나스닥은 2,000대 마저 깨며 사흘째 내려 지난 98년 1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다우존스 지수도 이틀 연속 급락, 10,000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12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1,923.38로 장을 마쳐 지난 금요일보다 129.40포인트, 6.30% 폭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36.37포인트, 4.10% 내려 10,208.25에서 하락세를 멈췄다.

나스닥지수의 하락률은 사상 열번째로 컸고 다우 지수의 낙폭 436포인트는 사상 다섯번째였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도 폭락, 전날보다 53.26포인트, 4.32% 내린 1,180.1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인텔 매출부진 경고, 시스코 감원 등 기술주의 대표주자가 던진 충격의 여진이 뉴욕증시를 더욱 강하게 몰아쳤다. 악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거치며 한층 증폭됐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는 시스코 시스템즈, 노텔 네트웍스, 코닝 등 네트워크 주의 투자등급을 깎아내렸다. 네트워크 업종의 어려움이 확산되고 있다고 이 증권사의 B. 알렉산더 핸더슨은 지적했다. 핸더슨은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유럽과 아시아 경제가 더 취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8.8%, 노텔 네트웍스는 7% 가까이 주가가 빠졌다. 코닝은 13.3%, JDS 유니페이스는 12% 하락했다. 인텔이 5.7% 하락하는 가운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87% 떨어졌다.

기술주는 이밖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터넷 등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인 매도공세를 받았다. IBM이 3.4% 하락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8.4% 내렸다. 야후는 3.7%, 아마존은 13.3% 내렸다.

에릭슨이 실적저조 경고의 바톤을 넘겨받았다. 에릭슨은 주문지연으로 이번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밑돌고 당초 수지균형을 맞추리라는 전망을 손실예상으로 수정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에릭슨 주가는 25% 날아갔다.

금융주도 하락세에 휩쓸렸고 소비재, 유통, 제약, 에너지 등 경기에 민감하지 않다고 여겨져온 업종도, 낙폭은 크지 않았지만, 약세를 비켜서지는 못했다.

이날 UBS 워버그의 에드 커슈너는 "한편에서는 그린스펀 FRB의장이 금리를, 다른 한편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세금을 낮추면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이제 연착륙 논란을 거쳐 침체기로 성큼 들어선 모습이며, FRB의 오는 20일 금리인하는 큰 폭이더라도 경기하강압력을 이렇다할 만큼 누그러뜨릴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