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는 기업이나 국가간 경쟁에서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국가 정보기관이나 외교관뿐 아니라 국제기구요원 언론사 유학생 관광객 등까지 산업스파이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

또 각종 컨설팅 회사,M&A 실사, 그리고 각종 공동연구나 기술자문 과정도 산업스파이 활동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운 게 아니다.

어쨌든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미국 등 선진기술국으로부터는 이런 산업스파이 혐의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동시에 그나마 개발한 핵심기술들이 외국의 산업스파이를 통해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중적 부담을 안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부적으로 산업스파이에 대해 값비싼 경험을 이미 치른 바 있다.

지난 92년에는 카오디오 기술과 인력이 외국으로 유출되면서 대부분의 국내업체들이 도산위기에 몰렸다.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 등 이동통신 관련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가능성이 제기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은 단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또 이것은 외국정부가 개입을 했건 안했건 국내기업들이 당했거나 당하고 있는 수많은 산업스파이 사건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보안의식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5백여개 기업중 그럴듯한 보안규정이나마 가진 곳은 35% 정도였다.

정보기술을 활용해 스파이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제는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한 경쟁무기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