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L, 일은증권 경영진 해임압력 등 횡포] 기업生死 좌지우지..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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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L측의 일은증권 경영진 해임압력 사태는 그동안 ''천사의 얼굴''로 생각해 왔던 외자유치의 부작용과 폐해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IMF체제 이후 정부나 감독당국이 ''외자유치 성선설(性善說)''을 외쳤지만 실제로 외국 자본의 전횡과 횡포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 자본의 성격에 따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Stratigic Partner)''와 단순한 투자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파이낸셜 파트너(Financial Partner)''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자유치가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수단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 일은증권의 사례 =대표적인 외국 자본의 전횡으로 볼 수 있다.
KOL이 자회사인 일은증권에 대해 영업정지중인 리제트종금과 부실금융기관인 리젠트화재에 출자 또는 자금 지원을 하라고 요구한 것은 국내 대규모 기업집단에서도 보기 힘든 사례다.
일은증권의 등기이사는 홍준기 사장과 오승호 전무, 사외이사인 이정훈 변호사와 KOL측에서 보낸 피터 에버링턴 i리젠트그룹 부회장 등 네 명이다.
지난 2일 오후 2시에 열린 이사회에서 에버링턴 부회장은 3일 새벽 2시30분까지 장장 12시간 30분동안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른 이사들이 계열사 지원을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에버링턴 부회장은 7일 이사회를 열었지만 이사들의 반응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임시주총을 열어 54.8%를 보유한 대주주로서의 위력을 보이겠다고 선언했다.
리젠트증권의 고배당 정책도 소액주주를 우대하려는 것보다는 KOL 등의 투자자금 회수에 목적이 있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KOL 등은 지난해 리젠트증권 이사회에서 70%의 고배당을 결정해 자사의 지분(53.84%)에 해당하는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 외국자본의 횡포들 =그동안 외자유치 과정에서 드러난 사례도 적지 않다.
한미은행의 주요 주주인 미국 칼라일그룹은 지난해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반대, 전산 부문부터 시작된 두 은행의 합병을 무산시켰다.
뉴브리지캐피털이 자본참여한 제일은행도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아 소액 예금자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밖에 워크아웃중인 무학이 지급보증한 계열사 채권을 원금의 3%에 사들인 뒤 무학이 워크아웃에서 벗어나자 이를 전액 상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외국 자본이 등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현대투신증권의 외자유치 과정에서도 외국 자본인 AIG의 요구(정부의 자금지원 등)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벤처기업을 상대로 부당한 조건을 내세우며 외자유치를 제의하는 외국 자본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 문제점 =전문가들은 외자유치 과정에서 외국 자본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판단될 때는 과감하게 다른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일은증권이 만약 대주주의 압력을 못이겨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단행한다면 견실하게 경영하고 있는 또 하나의 증권사가 부실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살릴 것은 살리고 퇴출시킬 것은 퇴출시키되 외국 자본의 요구를 무리하게 받아들이면서까지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살릴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당국의 대책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외자유치와 관련해 수차례 ''자본적 제휴 단계''에서 ''전략적 제휴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략적 제휴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가 실현된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은증권의 사례에서 보듯 제일은행 자회사인 일은증권을 예금보험공사가 인수하고 이를 KOL측에 넘겼지만 경쟁력 강화보다는 부실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도 KOL측이 일은증권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임원 선임건에 대해서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증권사는 계열사 유가증권을 자기자본의 8% 이내에서만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갑수 금감원 증권담당 부원장보는 "외자유치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그러나 자본의 건전성 문제는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
IMF체제 이후 정부나 감독당국이 ''외자유치 성선설(性善說)''을 외쳤지만 실제로 외국 자본의 전횡과 횡포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 자본의 성격에 따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Stratigic Partner)''와 단순한 투자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파이낸셜 파트너(Financial Partner)''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자유치가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수단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 일은증권의 사례 =대표적인 외국 자본의 전횡으로 볼 수 있다.
KOL이 자회사인 일은증권에 대해 영업정지중인 리제트종금과 부실금융기관인 리젠트화재에 출자 또는 자금 지원을 하라고 요구한 것은 국내 대규모 기업집단에서도 보기 힘든 사례다.
일은증권의 등기이사는 홍준기 사장과 오승호 전무, 사외이사인 이정훈 변호사와 KOL측에서 보낸 피터 에버링턴 i리젠트그룹 부회장 등 네 명이다.
지난 2일 오후 2시에 열린 이사회에서 에버링턴 부회장은 3일 새벽 2시30분까지 장장 12시간 30분동안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른 이사들이 계열사 지원을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에버링턴 부회장은 7일 이사회를 열었지만 이사들의 반응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임시주총을 열어 54.8%를 보유한 대주주로서의 위력을 보이겠다고 선언했다.
리젠트증권의 고배당 정책도 소액주주를 우대하려는 것보다는 KOL 등의 투자자금 회수에 목적이 있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KOL 등은 지난해 리젠트증권 이사회에서 70%의 고배당을 결정해 자사의 지분(53.84%)에 해당하는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 외국자본의 횡포들 =그동안 외자유치 과정에서 드러난 사례도 적지 않다.
한미은행의 주요 주주인 미국 칼라일그룹은 지난해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반대, 전산 부문부터 시작된 두 은행의 합병을 무산시켰다.
뉴브리지캐피털이 자본참여한 제일은행도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아 소액 예금자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밖에 워크아웃중인 무학이 지급보증한 계열사 채권을 원금의 3%에 사들인 뒤 무학이 워크아웃에서 벗어나자 이를 전액 상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외국 자본이 등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현대투신증권의 외자유치 과정에서도 외국 자본인 AIG의 요구(정부의 자금지원 등)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벤처기업을 상대로 부당한 조건을 내세우며 외자유치를 제의하는 외국 자본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 문제점 =전문가들은 외자유치 과정에서 외국 자본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판단될 때는 과감하게 다른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일은증권이 만약 대주주의 압력을 못이겨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단행한다면 견실하게 경영하고 있는 또 하나의 증권사가 부실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살릴 것은 살리고 퇴출시킬 것은 퇴출시키되 외국 자본의 요구를 무리하게 받아들이면서까지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살릴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당국의 대책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외자유치와 관련해 수차례 ''자본적 제휴 단계''에서 ''전략적 제휴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략적 제휴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가 실현된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은증권의 사례에서 보듯 제일은행 자회사인 일은증권을 예금보험공사가 인수하고 이를 KOL측에 넘겼지만 경쟁력 강화보다는 부실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도 KOL측이 일은증권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임원 선임건에 대해서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증권사는 계열사 유가증권을 자기자본의 8% 이내에서만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갑수 금감원 증권담당 부원장보는 "외자유치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그러나 자본의 건전성 문제는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