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하기 수개월 전 미군기의 폭격을 알리는 공습경보 사이렌 속에서 첫 막을 올린 연극이 같은 극단에 의해 지금까지도 계속 공연되고 있어 화제다.

공연횟수가 지난해 말로 1천2백회를 넘어서면서 초장수 연극으로 일본 예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은 극단 분카쿠자의 ''여자의 일생''.

이 연극은 반세기 이상의 세월 동안 무대에 올려졌지만 연출자는 한번도 바뀌지 않았고 여자 주연 배우만이 고령으로 교체됐다는 점에서 특히 시선을 끌고 있다.

여자의 일생은 1945년 4월 공급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도쿄 시부야의 도쿄영화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당초 3월 공연 예정이었지만 전황이 악화되면서 공연장소로 잡아 놓았던 극장이 불타 없어지자 급히 날짜와 장소를 바꿔 막을 올렸다.

이누이 이치로 (84) 분카쿠자 회장은 "여자의 일생은 분카쿠자의 상징인 작품"이라며 "앞으로도 절대 공연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