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국제유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하루평균 1백50만배럴에서 2백만배럴 정도 줄이기로 합의했다니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번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어느정도 오를지 모르지만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큰데다, 현재 국제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미국경제의 연착륙 성공여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또다시 어려운 고비에 직면한 우리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번 OPEC의 감산합의는 기준유가를 배럴당 22∼28달러선으로 유지하고 국제유가가 이보다 높으면 증산을, 낮을 경우에는 감산을 통해 유가를 관리하는 유가밴드제에 따른 것으로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OPEC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35∼38달러까지 치솟은 지난해 모두 네차례나 증산을 단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4.4분기 이후 국제유가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자 강경파 회원국들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마저 원유감산 의사를 밝힘에 따라 드디어 이달 17일 열릴 예정인 OPEC 석유장관 회의때까지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일 경우 산유량을 줄이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볼때 원유감산은 거의 확실한데 관심의 초점은 감산에 따른 유가반등이 어느정도이며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에 있다.

발표 이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50센트 정도 올랐으며, 하루평균 1백50만배럴을 감산할 경우 현재 배럴당 22달러선에서 배럴당 27∼30달러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경제의 경기하강으로 아시아경제가 본격적으로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상당폭의 원유수요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성수기인 겨울철인데도 유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 반등폭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지난 98년과 같은 유가폭락세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쨌든 원유감산과 이에따른 유가 반등은 세계경제, 그 중에서도 미국경제에 경상수지 적자확대와 물가상승압력 가중이라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최근 연준리(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 힘입은 경기부양 효과를 상당부분 상쇄시킬 것이 틀림없다.

특히 미국경제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경제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우리기업과 관계당국은 구조조정 촉진과 수출경쟁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