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동장군이 위력을 떨쳐도 라운드할 사람은 한다.

주위에서 "이렇게 추운 날 골프는 무슨 골프!"라고 해도 그들의 귀에는 마이동풍이다.

입에서 나오는 훈김으로 곱은 손을 불어가며 스윙을 할지언정 옷을 두툼히 껴입고 그늘집에서 정종 한잔 걸쳐가며 겨울필드를 밟는 기분은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워터해저드도, 그린도 꽁꽁 언 상태에서 골퍼들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그렇더라도 세계남자골프 4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던 게리 플레이어가 추운 날씨 속에서 라운드할 때 써먹었던 방법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2000년 한국 최우수 남자프로로 선정된 강욱순도 겨울철 라운드때 플레이어와 똑같은 방식을 취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말은 이렇다.

"추운 날엔 볼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럴 땐 볼을 세 개 사용한다. 하나를 사용하는 동안 다른 두 개는 호주머니 속에서 따뜻하게 해둔다. 절대로 매홀에서 같은 볼을 사용하는 일이 없다.
세 개를 가지고 홀마다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늘 온기가 있는 볼을 가지고 플레이하면 볼 표면의 고무가 따뜻해진다. 그러면 볼의 신축성이 높아져 볼이 더 멀리 나간다"

아마추어골퍼들도 웬만큼 아는 내용이다.

다만 실천이 문제다.

볼을 세 개나 갖고 다니려면 불편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골퍼들이 그토록 원하는 ''거리''가 더 난다는데야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주의할 것이 있다.

그 볼 세 개는 모두 동일 ''상표'', 동일 ''형''(型)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이 홀에서 A사 볼을 쓰다가 다음 홀에서는 B사 볼을 써서는 안된다.

또 이 홀에서 투피스볼(또는 컴프레션 90의 볼)을 쓰다가 다음 홀에서 스리피스볼(또는 컴프레션 100의 볼)을 쓰는 것도 골프규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물론 한 홀에서 볼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중간에 바꿀 수 없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