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 건축가 / (주)서울포럼 대표 >

부국강병(富國强兵).여전히 가장 중요한 말이다.

''국경이 무너지고 세계가 하나의 울타리로 들어오는 마당에…''하는 것도 믿을 말은 못된다.

선발나라나 할 수 있는 사치스럽고 이중잣대적인 말일 뿐이다.

''나라''는 여전히 든든한 울타리이고 또한 그래야 한다.

지나간 시대의 ''근대국가적 이데올로기''라고 폄하할 것도 아니다.

활기찬 시민시대를 받쳐주는 힘은 여전히 ''부강''이다.

부가 있고 강해야 비로소 보통 시민도 자신의 삶을 마음놓고 살아간다.

사람답고 풍요로운 문화를 맛보아야 할 문화시대에 무슨 군국시대 독재시대 같은 얘기냐 할 일도 아니다.

문화가 돈이나 군에서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부강''을 이루려는 피땀 나는 노력의 과정에서 꽃피우는 것이다.

남북이 만나 평화를 여는 시대에 무슨 ''강병''이냐 라고 할 일도 아니다.

나라를 지키는 강한 병력없이 어느 나라도 홀로 서기 어렵고,홀로 서지를 못하면 나라 대접을 받을 수 없다.

나라가 나설 게 아니라 진취적인 기업,능력있는 개인이 나서야 한다는 말을 단순하게 해석할 일도 아니다.

기업,개인도 나라가 받쳐주어야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다.

어떻게 받쳐주는 나라이냐가 관건일 뿐이다.

''나라''의 의미가 새삼 중요한 시대, 나라의 역할이 새롭게 규정되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나의 소원''이라는 명문에서 김 구 선생은 가슴 뜨거워지는 말씀을 남기셨다.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가장 소박한 듯 하면서도 가장 이루기 어렵고,가장 추구할 가치가 있는 소망을 몇 마디로 표현하면서 ''부강''의 의미를 포착했다.

나라가 홀로 서지 못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우러나온 가슴 절절한 말씀이다.

부강이란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부강이란 결과로서 즐기는 열매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부강은 꿈꾸고 바란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고 그 무엇인가를 해내고 그 과정 자체가 보람이 있을 때 이미 부강한 것이다.

부강이란 바로 부강 역량이다.

우리나라의 부강 역량은 어떤 상황,어떤 단계,어떤 과정에 있는가.

지금 당장이 어려운 것은 오히려 문제가 아닐 것이다.

부강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아니라 그 무언가를 해내고,또 해낼 수 있고, 또 해내야만 한다는 절실한 의지와 행동이 있다면 이미 부강한 것 아니겠는가.

누가 국가경영을 하든,누가 정치를 하든,누가 강병의 소임을 맡든, 누가 부국의 시스템을 구축하든 무슨 상관이랴. 우리는 어차피 ''한국''이라는 나라 울타리를 같이 하는데 말이다.

같이 있다면 같이 해내야 하는 것 아닌가.

넘볼 수조차 없는 듯이 부강한 나라 미국이 새로운 장을 연단다.

갖은 돌발사건과 위기상황을 헤치고 또 다른 부강을 꿈꾸는 미국이라는 나라다.

나라의 부강을 위해서는 그 어떤 갈등도,의견대립도 싸안을 정도로 미국은 부강 역량이 있는 나라일까.

예의 주목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부강 역량.언제나 지금이 중요하다.

사람이 잘못이니 바꾸어야 한다고,''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외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지리멸렬한 입싸움과, 눈치보는 정책과, 정치적 타이밍만 고려하는 것은 보기도 싫다.

''누가 타령''도 듣기 싫다.

''파''를 따지는 것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부강 역량을 쌓기에 여념이 없는 나라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

힘들고 힘든 2000년이었다.

새해는 더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고민할 것은 부국강병이다.

우리의 소원은 ''우리가 살고 싶은 아름다운 우리나라''인 것이다.

언제나 지금이 중요하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유일한,그래서 가장 소중한 기회다.

''부국강병''이라는 아주 오래된 지혜의 새로운 뜻을 세우는 연말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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