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영훈 대표와 권노갑 최고위원의 퇴진으로 여권개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권 최고위원이 17일 2선후퇴를 발표, 여권의 당정쇄신에 명분을 준데 이어 서 대표도 18일 자진 사퇴의사를 밝혀 당 수뇌부는 물론 여타 임명직 최고위원을 전면 개편할 수 있는 물꼬를 튼 것이다.

이를 의식한듯 서 대표도 이날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여러가지 쇄신을 하겠다고 했는데 자유롭게 사람을 쓰도록 길을 열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따라 김대중 대통령은 당내 화합과 출신지역 등 다양한 변수를 놓고 저울질한 끝에 이날 오후 김중권 최고위원을 차기 당대표로 낙점한후 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은 영남출신이란 점 때문에 지역화합 이미지에 걸맞을 뿐 아니라 집권초기 2년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꿰뚫고 있다는 점이 대표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표직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김원기 고문의 경우 당내 계파가 없는 중립적 인사란 장점은 있으나 호남출신이란 사실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 고문은 차기대선을 위해 뛰고 있는 "후보군"중 한 사람이라는 이유가 막판까지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의 대표 기용이 다른 후보군을 자극함으로써 새로운 당의 분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당내 초.재선의원들은 김 고문의 대표기용설이 나돌자 서울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반대의견을 모으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또 김 고문이 지난 8.30 경선 당시 권 위원의 퇴진으로 동교동계 대표주자로 부상한 한화갑 최고위원과 손을 잡았다는 점도 김 대통령이 부담으로 느꼈던 대목이다.

그가 대표직을 맡으면 한-김 라인이 당내 막강한 신주류를 형성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이인제 최고위원 등 비주류를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에따라 청와대 개편시 권노갑 위원과 가까운 한광옥 비서실장은 청와대에 남아 있든지, 아니면 당으로 옮겨 최고위원을 맡아 견제하리라는 관측이 강하다.

권 위원과 김옥두 총장의 퇴진이 사실상 동교동계 구파의 몰락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화갑 위원 등에 지나치게 힘이 쏠리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현실 인식이 다분히 반영된 해석이다.

또 당3역에는 중립적이며 화합형 인사원칙이 적용될 것 같다.

사무총장에는 비주류인 김원길 의원과 색깔이 없는 김덕규 의원, 이해찬 정책위 의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정책위 의장도 홍재형 강현욱 의원, 원내총무에는 이상수 유재건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번 당 개편에서는 비동교동계가 전면에 포진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