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일 정부의 금융.기업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비판해 주목을 끌고 있다.

KDI는 한빛 광주 제주 평화 경남 등 부실은행 모두를 금융지주회사로 통합하려는 정부의 방침은 옳지 않다며 규모가 작은 은행은 자산.부채계약이전(P&A)이나 청산 등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매각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KDI는 이날 연구원 대강당에서 개최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3주년 심포지엄''에서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내년도 경제운용 방향을 제시했다.

<> 지난 3년간 구조조정정책의 문제점 =신인석 연구위원은 정부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많은 수의 은행을 국유화했고 금융시장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듯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자율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준칙주의(모든 결정을 정해진 원칙대로 처리) 대신 재량주의(당국자의 판단에 따라 처리)를 채택, 시장에 규율이 사라지고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만연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임원혁 연구위원은 "부실기업 처리는 정책방향뿐 아니라 추진속도도 중요한데 정부는 지난 98년 보여줬던 추진력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며 "상당수 부실기업의 정리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1월3일 발표된 부실기업 판정 결과에 대해 ''몰아치기식 기업퇴출''이라고 규정짓고 "당연히 청산돼야 할 기업들중 상당수가 퇴출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지난 3년간 개혁이 제대로 안된 것은 그 자체가 개혁의 대상이었던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경제수석실이 개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부분부터 개혁이 돼야 기업 금융 노동 개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대우 문제도 김우중 전 회장 구속부터 해야 풀릴 것"이라며 "그래야 대우 근로자들에게 실업 등의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정책방향 =경기부양이 필요할 경우 통화신용정책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고 재정정책은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김준일 연구위원은 밝혔다.

또 지금의 실업대책은 실업자수를 줄이는데 그치고 있다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인석 연구위원은 "국유화된 금융기관을 정상화한 뒤 민영화한다는 전략은 "초기 손실을 감수하는게 피해를 최소화할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원혁 연구위원은 공기업, 부실징후대기업, 부실워크아웃기업 등에 대해 과감한 조치를 취해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인사와 정부의 경영간섭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주에게 손실을 안긴 소유경영인에 대해서는 배임 및 배임교사혐의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하고 이와 연루된 정치인과 관료도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