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정부간 반독점 논쟁이 한창이다.

MS가 윈도운영체제(OS)에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끼워팔던 관행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런 MS의 ''끼워팔기'' 논쟁이 한국에서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한글도메인.엄밀히 말해 웹브라우저창에 영문도메인 대신 ''한글이름''만 치면 사이트에 연결되는 키워드 방식의 서비스다.

한국에선 ''정부''와 MS측이 손을 맞잡았다는 점에서 미국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이같은 이유로 최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비영리재단인 센터가 MS와 함께 한글도메인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글 데이터베이스(DB)를 MS에 제공하고 도메인 등록비를 나눠갖는 사업을 논의했던 것 자체가 공공기관인 센터의 설립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센터는 국내 벤처 지원정책을 고민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센터에 대한 비판의 화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및 외국업체들이 일제히 한글도메인 서비스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센터는 내년 1월말에야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자칫 ''뒷북''을 칠 우려가 있다는 것.내년초면 선두 외국업체에 의해 시장이 과점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물론 센터도 숨길 수 없는 고충을 안고 있다.

"한글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필요가 없는 MS측이 시장을 장악할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외화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란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 논란의 중심에서 가장 혼란을 겪고 있는 이들은 바로 소비자들이다.

한글도메인을 미리 등록하고 싶지만 어느 곳에 해야할 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또 등록기관과 웹브라우저에 따라 같은 키워드를 입력해도 다른 홈페이지로 연결될 수 있어 이에 따른 불편도 감수해야 할 처지다.

현 시점에서 센터가 취한 조치는 "센터가 직접 서비스할 때까지 소비자들은 기다려달라"는 요청뿐이다.

조재길 정보과학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