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신용경색과 함께 원자재값 상승, 인건비 부담 증가 등으로 고비용구조가 재연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경쟁국에 비해 높은 상승커브를 그리고 있어 기업들이 향후 경영을 극히 불투명하고 보고있다.

기업들은 불경기에 대비해 현금확보에 총력을 기울리는 한편 신규투자를 최대한 억제하고 인력채용도 연초계획보도 대폭 줄이는 등 ''수비경영''에 돌입하고있다.

28일 한국경제신문이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1백18개 대기업 및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영의 현안애로와 정책과제'' 긴급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기업의 89%가 경영여건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있어 최악의 경우 다시 경제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같은 반응은 최근들어 일반 소비재 등 내수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고있고 수출증가세도 정체되는 등 ''고비용 구조속에 매출 감소''라는 기업들로선 지극히 달갑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시장의 경우 경기선행적인 컴퓨터 TV 등 전자제품의 판매가 지난 5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TV의 경우 지난 3월 19만대 팔렸던 것이 7월에 13만대로 급감했고 컴퓨터 판매도 위축됐다.

삼성전자 마케팅 담당자는 "경제불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전자제품의 내수판매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둔 백화점 및 재래시장의 전반적인 경기도 작년 같지 않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출전망도 좋지않다.

미국 및 세계 경제성장둔화로 해외 수요기반도 위축되는데다 섬유 등 일부 제품의 경우 선진국 시장에서 중국에 밀려나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가 최근 3백58개 섬유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하반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96으로 나타난 것도 수출위축에 따른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년동안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7% 가량 높아졌다.

이같은 상승폭은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경쟁국보다 높은 것이다.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올 하반기 건설 수주액은 작년 하반기(29조2천7백72억원)보다 불과 6.6% 늘어난 31조2천억원에 불과, 건설경기도 좀체 회복될 기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비용구조 재연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주요 대기업들은 연초에 세웠던 매출 계획을 재검토하고 신사업 진출 계획을 유보하는 축소경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들도 내년 투자계획을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LG도 당분간 유동성확충에 경영 초점을 맞추고 신규투자보다는 사업부문별로 외자를 끌어들이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코오롱도 스판덱스 공장 증설 계획을 마련했다가 최종 결정을 보류하고 경제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특히 대기업들은 연말 대졸인력 채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어서 벌써부터 취업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엄기웅 조사본부장은 "신용경색 비용증가 성장둔화의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국가 신용이 떨어져 경기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경영압박요인을 덜어주는 정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