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 11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100마저 위태롭다.

지수 100은 코스닥시장이 현재의 형태를 갖춰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96년7월의 기준치다.

만일 100으로 하락한다면 코스닥지수가 4년전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올 3월 280을 뛰어넘으며 욱일승천하던 기세는 간데 없고 무기력증만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도 지수 향방에 대해 선뜻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고민은 모멘텀이 없다는 것.

환경은 좋아지고 있으나 추세를 뒤집어 놓을 계기가 없다는 얘기다.

"지수 움직임에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데 현재 특별한 악재가 없는 데도 관성에 따라 힘없이 지수가 미끄러지고 있다"(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추세를 뒤집어 놓을 만한 획기적인 모멘텀을 정부나 시장참여자들이 시급히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왜 떨어지나 =최근의 하락장은 지난 몇달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에는 코스닥거품론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주가가 거의 반토막 이상 난 지금 거품은 대부분 사라졌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의 주가하락은 수급의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쉽게 말해 사자는 세력이 없다.

외국인은 몇개 종목만 선별적으로 매수하면서 관망중이다.

투신을 비롯한 기관들은 팔아치우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들의 환매자금 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개인들만이 주식을 사고 있지만 워낙 물량이 많이 늘어난 상태다.

지수를 끌어올릴 에너지가 없다는 얘기다.

◆ 더 떨어질 것인가 =100선 붕괴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100선이 깨지더라도 하락의 골이 무한정 깊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유는 크게 네가지다.

첫째는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물량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또 정부당국의 벤처육성의지가 아직 확고하다는 것도 기대를 걸게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e비즈니스를 육성하겠다고 밝혔고 △벤처펀드의 추가조성 △코스닥시장 활성화대책 마련착수 등 정부가 시장육성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첨단기술주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버팀목이다.

나스닥지수가 4,000선을 재차 돌파했고, 인터넷 관련주들 역시 재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닥선물시장이 연내에 개장되는 것도 시장의 분위기를 돌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대책은 없나 =적극적인 시장 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모두 수급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책의 핵심은 증시에 돈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시장의 큰 손인 투신사의 경우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처지다.

외국인들이 흔드는 데로 휘둘리며 주식만 계속 팔고 있는 꼴이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의 경우 말로만 지원하겠다고 되뇌일 것이 아니라 가시화시켜 주는 적극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