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한정씨 약력 ]

*1943년 출생
*62년 전남 순천 사범학교 졸업
*76년 11월 서울 프라자호텔 입사(소믈리에)
*84년 6월~현재 신라 호텔 소믈리에 근무
*90년~현재 한국 소믈리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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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와인의 대가 서한정(57)씨.

소믈리에(와인감별사)로서 살아온 햇수가 올해로 24년째다.

와인과 반평생을 같이해온 그가 이번에 가문에 길이 남을 영예를 한몸에 안았다.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농업공로훈장''을 수여받은 것이다.

1883년 나폴레옹 1세가 제정한 유서깊은 훈장으로 그 유명한 위생균학자 파스퇴르도 서훈자의 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아시아인으로 이 훈장을 받기는 지난 96년 세계 최고의 소믈리에로 선정된 일본의 시냐 타사키가 유일하다.

한국소믈리에협회 회장이자 신라호텔 식음료 과장을 맡고 있는 그는 10일 장 폴 레오 주한 프랑스대사가 친히 건넨 농업공로훈장 기사장을 받아들고 담담하고도 자랑에 찬 미소를 지었다.

"훌륭한 소믈리에는 항상 밝고 깨끗한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합니다.
맛과 향기를 건전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지요"

그의 변함없는 지론이다.

물론 몸의 건강함도 중요하다.

특히 코나 혀의 감각은 소믈리에의 ''보물단지''와도 같은 것이어서 항상 건강하고 정갈하게 보호해야 한다.

사범학교 출신인 그는 젊었을 적엔 초등학교 교사를 지내기도 했다.

70년대초 한 관광호텔에 바텐더로 근무한 것이 소믈리에가 된 계기다.

정식 소믈리에가 된 것은 76년 서울 프라자호텔로 들어가면서부터다.

그후 84년 신라호텔로 옮긴 후 지금까지 ''붙박이''다.

현재 국내에는 15명 남짓한 소믈리에들이 있다.

그는 와인 정보를 교환하고 와인애호가끼리 친목모임을 가지는 한편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강의도 자주 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와인이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젊은이들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애호층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는 와인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음주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힘줘 말한다.

"취하기 위해 폭음하는 게 아니라 대화하는 가운데 즐기며 마시는 건강한 음주습관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지요.와인은 그런 분위기에 딱 걸맞은 술이니까요"

그는 사실 술이라면 다 좋아한다.

음식과의 궁합에 따라 다른 술을 선택할 따름이다.

하지만 불고기나 생선전 등 대부분의 한국음식에도 와인은 나름대로 잘 어울린다고 그는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보르도산 레드와인''을 선호한다고.

"저는 소믈리에로서의 삶이 좋습니다.사람은 뭐니뭐니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즐거워야 일에 전념할 수 있고 인생이 행복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그는 정말 행운아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