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업이 임박하면서 각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파업 시나리오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기업들도 운전자금을 미리 확보하고 비파업은행으로 거래전환을 준비하는 등 금융대란 대책에 부심했다.

<>.파업 참여은행 임직원들은 노조직원들을 대상으로 막판 설득에 총력전을 폈다.

외환은행은 9일 오후 11시부터 새벽 2시30분까지 본점 부서장 및 지역 본부장 등 8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직원들에게 파업에 불참해 줄 것을 당부하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김경림 행장을 비롯한 본.지점 차장급 이상 간부들은 이날 노조집행부와 직원들에 대한 설득작업에 본격 나섰다.

<>.증권사들은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은행들로 당좌거래, 계좌이체 등 업무를 이관해 놓고 은행파업 시나리오에 따른 주식거래 이상여부를 점검했다.

최용구 증권업협회 업무과장은 "은행이 파업하더라도 거래은행의 전산망이 정지되지 않는 한 증권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종합증권사의 경우 증권금융으로 계좌를 이체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위탁매매증권사들은 위탁계좌를 증권금융으로 옮기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 거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파업을 앞두고 은행들의 현금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들어 5일까지 화폐발행액은 1천4백52억원 줄었으나 파업우려가 고조된 6일부터 10일사이엔 1조4천17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일엔 은행들이 시재금 확보에 나섬에 따라 하룻새 8천3백50억원이 증가했다.

한은은 "파업으로 일부 금융기관의 화폐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수시인출 요청도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은행파업 사태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현대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계열사 자금담당자들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단기자금의 현금 확보 <>어음의 만기연장 <>필요자금의 분산 배치 <>파업불참 은행으로의 자금이전 <>무역금융 확인 등을 점검했다.

포항제철은 은행파업으로 고객사가 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하더라도 수출용 철강소재를 정상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소기업 및 소규모 무역업체들은 당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걱정하면서 단기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소업체들은 거래처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금에 나서는 한편 은행쪽 실무자들을 접촉하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무역업계는 금융파업이 장기화되면 매입의뢰(네고), 신용장 개설, 무역대금 결제 등에서 큰 애로를 겪을 것으로 걱정했다.

<>.국내 최대 주택건설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은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이 파업에 들어가지만 정상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보도를 접하고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고객들이 내는 중도금이 제대로 입금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은행측과 긴밀히 연락하며 사태추이를 지켜 보고 있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은 주거래은행인 한빛은행이 대표적인 파업동참 은행으로 대두되자 지난주말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신한 주택 하나 한미은행 등으로 자금을 이동시켰다.

정구학.유병연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