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의 이익만 챙기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불편을 당해도 된다는 것입니까.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요"

사회 곳곳에서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정부는 조정능력을 잃어버린 채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이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법적인 파업이 횡행하고 노사현장에 폭력이 난무하는 등 사회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져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사문제에 새로운 ''원칙''이 세워져야 하며 무분별한 집단행동은 자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단폐업으로 환자의 생명마저 앗아갔던 의료계는 8일 또다시 폐업 여부를 놓고 투표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융계는 11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하고 집단휴가에 돌입할 태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노조원들이 간부들을 상대로 폭력을 휘둘렀고 학부모가 교실에서 선생님을 무차별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기주의가 극에 달해 사회윤리에 대한 최소한의 균형감각마저 사라진 형국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가 이처럼 황폐화되는데도 팔장만 끼고 바라만 보고 있다.

이미 조정능력을 상실하고 이익단체들의 실력행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다.

단순히 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 마저도 집단이기주의의 당사자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공무원연금제도 개정에 관한 지역별 간담회가 공무원들의 집단농성으로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회의장이 아예 농성장으로 탈바꿈할 지경이다.

공무원들은 이에 대해 ''생존권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의사표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 1백10개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연대기구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발전연구회는 이와 관련 "일방적인 명령하달식으로 진행되는 간담회를 거부한다"며 "공무원 대표들과 모여 공무원연금 개정방향에 대한 논의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주부 손영자씨(55)는 "요새 같아서는 이 나라에 법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원칙과 소신 있는 태도로 문제에 접근해야 집단 이기주의의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작정 밀어부치는 게 능사가 아니다"며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갈등해소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종교계가 국민의 피해를 줄여보겠다고 나섰다.

천주고 불교 기독교 대표 등 종교계 인사들은 "관치금융 청산과 한국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범국민대책위"를 결성하고 정부에 적절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노조에도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파업만큼은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상계동에 사는 회사원 김유석(31)씨는 "우리 사회가 방향타 없이 흘러가는 배처럼 종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있다"며 "폭력에는 엄정하게 대처하되 잘못된 제도나 시스템은 "현행법"을 고집하지 말고 과감하게 개혁하는 자세전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