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테헤란로에 자리잡고 있는 M&A(인수합병) 전문업체 J사.

주요업무도 아닌 자금조달(펀딩) 알선 요청이 인터넷 업체들로부터 잇따르자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사정을 듣고보니 의문이 풀렸다.

이들 업체들의 제의는 신주발행을 통한 일상적인 펀딩이 아니라 대주주(보통 대표이사와 동일인)의 소유주식중 상당부분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가치를 키우는 이른바 역M&A였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 IT(정보기술)산업의 심장부인 테헤란밸리의 한 단면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어떻게 하면 살아남느냐는 생존문제와 방식이 최대 이슈로 회자되고 있다.

벤처 M&A 매물이 쏟아지고 문을 닫는 인터넷 기업이 속출하면서 위기감이 팽배해진데 따른 것이다.

불과 3~4개월만에 상황이 이처럼 돌변하자 벤처 기업들은 생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M&A및 제휴를 통한 수익모델 확충에 나서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감원등 내핍경영을 서두르고 있다.

인터넷 포털업체의 경우 K사가 지난달 하순부터 광고를 중단했으며 중대형 인터넷 서비스업체 대부분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다.

<>"연말 대란설"=오는 9~10월이 지나면서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대란설"은 이미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업성이 불투명한 닷컴기업의 경우 추가 펀딩이 어려운 상황인데다 올초까지 활발히 이뤄진 펀딩 자금이 4.4분기에 접어들면서 상당부분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돈을 대겠다고 줄을 섰던 "엔젤"(일반 투자자)들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벤처기업 투자가 고유 업무인 창투사들 조차도 극히 몸을 사리고 있다.

대형 벤처캐피털의 경우 최근 1~2개월 사이의 벤처 투자금액이 이전에 비해 30%이상 줄었으며 소형 창투사는 아예 개점 휴업 상태다.

2개의 엔젤조합을 관리하고 있는 B업체 관계자는 "돈을 내놓으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줄어 추가로 엔젤펀드를 구성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연말이 가까와 지면서 M&A와 폐업 기업이 속출하고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한섭 KTB네트워크 상무는 "펀딩때 보통 6~12개월 정도의 운영자금 확보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M&A시장 급팽창="연말 대란설"에 앞서 M&A 물밑작업이 활발이 진행중이다.

M&A전문업체들에 인터넷 벤처 기업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고 있다.

30여개에 이르는 이들 전문기업에만 정식으로 M&A를 의뢰해온 벤처기업이 2백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I업체 관계자는 "펀딩이 안될 경우 대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내놓겠다는 M&A 요청이 포털등 인터넷 서비스업체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벤처기업간에 인수합병 추진은 훨씬 폭넓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실제 코스닥등록 업체들이 최근 인수합병한 벤처기업만 20여개에 이르고 있으며 3만여개에 달하는 인터넷 벤처기업중 적어도 10%이상이 M&A를 검토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대형 인터넷 기업의 경우 소규모 벤처기업들로 부터 수십건의 인수의뢰을 받아놓은 상태다.

야후코리아의 경우 M&A 검토요청이 줄을 잇고있고 이중 50여개 벤처기업에 대한 평가를 마쳤다.

또 다음커뮤니케이션 새롬기술등도 유력 벤처기업에 대한 M&A를 계획중이다.

<>옥석 가리기=이같은 구조조정은 인터넷 시장에서 우열이 가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M&A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 업체에는 자금과 기술이 더빠른 속도로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자금조달의 차별화는 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오위즈 엔씨소프트등 수익모델이 확실한 업체들은 최고 1백배가 넘는 할증 펀딩에 성공하고 있는 반면 IT뉴스 업체인 W사등 상당수가 수익을 내지못해 폐업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국 드림디스커버리 이사는 "M&A등을 통해 제대로된 수익모델을 확보하는 기업은 지금보다 더 큰 성장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