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거침이 없었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 일행을 초대한 주인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했지만 격식보다는 내용이 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졌다.

김 위원장은 특히 김 대통령 일행에게 격의없이 친숙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님을 맞았다.

그의 목소리는 다소 괄괄하면서도 정확했으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치밀한 준비를 한 때문인지 사안의 본질과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동안 준비접촉과정에서 북한측은 보도진들의 방북에 대해 다소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위원장은 보도진 앞에서도 전혀 스스럼없이 행동함으로써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비교적 건강하고 젊은 모습의 김 위원장은 남측 기자나 수행원들이 접근해도 전혀 꺼리는 기색이 없었으며 주위의 시선이나 반응에 개의치 않고 담대히 행동하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모습은 김 대통령과 공식수행원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현관에서 김 대통령 내외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김 위원장은 남측 공식수행원들을 불러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접견실에 들어가서도 직접 김 대통령을 수행한 장관들을 지명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박재규 통일부 장관에게는 "TV에서 많이 봐서 잘 알고 있다"고 자연스럽게 농담을 하는 등 여유있는 분위기도 연출했다.

김 대통령과의 상봉을 겸한 1차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에게 "김 대통령이 왜 평양을 오려하고 김 위원장은 왜 받아들였는가 의문부호가 있는 것 아닌가" "격식없는 대화를 하자"고 해 남측이나 세계언론이 주목하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냈다.

특히 비록 체제가 다르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김 대통령이 방문한 만큼 "조선민족의 동방예의지국의 예를 다 갖춰 편안하고 안전하게 모시겠다"고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는 표정은 인상적이었다.

김 위원장의 자신감은 물론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먼저 이뤄졌다는 점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나도 통치를 하고 있지만 더 젊다"는 언급처럼 확고한 기반을 갖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졌다.

이같은 자신감은 김 위원장이 측근들을 부를 때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을 부를 때는 "용순비서"라고 호칭했고 김용순 위원장은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내부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