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정치기상도] 동교동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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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의원은 독특한 정치인이다.
우선 그는 이번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당적이 없이 영남 지역에서 당선된(울산 동구)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또한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자 리스트에 올랐지만 그 사유가 능력이나 도덕성 부족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서 2002년 월드컵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권고의 뜻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공천부적격자였다.
정몽준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가운데 재산이 제일 많다.
지난 2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 내역을 보면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 주식상장에 따른 평가이익 등 99년보다 무려 1천982억 원이 늘어난 2천783억 원으로 부동의 수위를 지켰다.
이런 막대한 재산을 가진 것이 그가 현대그룹 "창업자"의 아들이기 때문임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에서는 한 걸음 비켜 서 있어서 "욕심많다"는 이미지를 풍기지는 않는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 15대 국회에 출석한 일이 거의 없다시피하다.
국민들이 그를 만난 것은 정치뉴스에서가 아니라 주로 스포츠뉴스에서였다.
그는 막강한 재력과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기반으로 삼아 국제무대를 누비면서 2002년 월드컵 준비와 홍보,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 월드컵 경기의 북한 분산개최 등 굵직굵직한 국가적 사업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했으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특별한 사람"이 있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좋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언론은 정 의원의 민주당 입당설을 일제히 보도했다.
사실 이건 무척 뒤늦은 보도였다.
동교동계가 "김대중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이른바 "정몽준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가에 떠돌기 시작한 것은 벌써 여러 달 전의 일이니 역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정 의원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무언가 "큰 뜻"을 펴려면 소속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큰 뜻"이란 물론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말한다.
정 의원이 무소속을 포기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은 사실 민주당밖에 없다.
한나라당에서는 차기주자로서 확고한 지위를 굳힌 이회창 총재가 그를 반길 리 없는 반면 민주당은 영남권에서 최소한 거부당하지 않을 후보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입 교섭에 나선 인물이 김대중 대통령 측근 중의 측근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한화갑 의원인 것을 보면 정몽준 입당설이 그냥 나온 건 분명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새천년 민주당은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무소속 의원 하나 영입한다고 해서 국회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닌 만큼 정 의원 영입은 분명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한 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 전통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당을 자처해 온 민주당의 노선과 정몽준 의원의 프로필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정 의원은 "지역감정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입당도 좋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함으로써 입당할 경우 지역감정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울 것임을 시사했다.
이건 사실 쉽지않은 난제임에 틀림없다.
16대 총선의 결과에서 보듯 민주당의 영남 출신 유력인사 영입은 지역감정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옹색한 명분을 찾으려 한다면 일은 더욱 꼬이게 되지 않을까.
어쨌든 정몽준 의원의 민주당 입당이 우리 정치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시간을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시사평론가/성공회대 겸임교수 denkmal@hitel.net
우선 그는 이번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당적이 없이 영남 지역에서 당선된(울산 동구)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또한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자 리스트에 올랐지만 그 사유가 능력이나 도덕성 부족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서 2002년 월드컵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권고의 뜻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공천부적격자였다.
정몽준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가운데 재산이 제일 많다.
지난 2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 내역을 보면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 주식상장에 따른 평가이익 등 99년보다 무려 1천982억 원이 늘어난 2천783억 원으로 부동의 수위를 지켰다.
이런 막대한 재산을 가진 것이 그가 현대그룹 "창업자"의 아들이기 때문임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에서는 한 걸음 비켜 서 있어서 "욕심많다"는 이미지를 풍기지는 않는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 15대 국회에 출석한 일이 거의 없다시피하다.
국민들이 그를 만난 것은 정치뉴스에서가 아니라 주로 스포츠뉴스에서였다.
그는 막강한 재력과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기반으로 삼아 국제무대를 누비면서 2002년 월드컵 준비와 홍보,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 월드컵 경기의 북한 분산개최 등 굵직굵직한 국가적 사업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했으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특별한 사람"이 있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좋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언론은 정 의원의 민주당 입당설을 일제히 보도했다.
사실 이건 무척 뒤늦은 보도였다.
동교동계가 "김대중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이른바 "정몽준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가에 떠돌기 시작한 것은 벌써 여러 달 전의 일이니 역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정 의원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무언가 "큰 뜻"을 펴려면 소속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큰 뜻"이란 물론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말한다.
정 의원이 무소속을 포기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은 사실 민주당밖에 없다.
한나라당에서는 차기주자로서 확고한 지위를 굳힌 이회창 총재가 그를 반길 리 없는 반면 민주당은 영남권에서 최소한 거부당하지 않을 후보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입 교섭에 나선 인물이 김대중 대통령 측근 중의 측근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한화갑 의원인 것을 보면 정몽준 입당설이 그냥 나온 건 분명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새천년 민주당은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무소속 의원 하나 영입한다고 해서 국회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닌 만큼 정 의원 영입은 분명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한 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 전통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당을 자처해 온 민주당의 노선과 정몽준 의원의 프로필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정 의원은 "지역감정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입당도 좋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함으로써 입당할 경우 지역감정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울 것임을 시사했다.
이건 사실 쉽지않은 난제임에 틀림없다.
16대 총선의 결과에서 보듯 민주당의 영남 출신 유력인사 영입은 지역감정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옹색한 명분을 찾으려 한다면 일은 더욱 꼬이게 되지 않을까.
어쨌든 정몽준 의원의 민주당 입당이 우리 정치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시간을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시사평론가/성공회대 겸임교수 denkmal@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