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설립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래 AMF는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금융위기가 잇달아 발생할 당시 일본이 주도되어 추진됐다.

물론 예상됐던 일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위상 훼손을 우려한 미국 등 선진국의 반발과 중국의 유보적인 태도로 독립적인 상설기구로 출범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 후 한동안 논의가 진전되지 않다가 지난해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던 동남아와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AMF 설립논의가 재개됐고 최근 들어서는 일본과 동남아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MF를 설립하려는 것은 아시아 지역내에서 금융위기 재발을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특히 일본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시아 국가와의 높은 경제관계를 감안할 때 궁극적으로는 일본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의도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아시아 국가간에는 논의초기와 달리 AMF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 금융위기국에 대한 IMF의 처방이 부작용이 많았고 최근의 세계경제질서가 지나치게 선진국 위주로 형성되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AMF 설립의 최대장애요인이었던 중국도 자국내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우호적인 태도로 변하고 있다.

이번주 태국에서 열릴 아시아 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이 논의가 의외로 급진전될 가능성을 기대해 보는 것도 이런 연유다.

문제는 AMF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여건을 감안해 볼 때 IMF 방식대로 역내 국가들의 출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역시 일본의 주도적인 역할이 기대되는데 최근 들어 일본내에서도 AMF 재원마련에 기반이 될 "신미야자와 플랜"에 대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AMF 설립을 위한 재원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전단계로 역내 중앙은행간의 자금운용방안으로 통화스와프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이 구상은 상당부분 진전되고 있다.

앞으로 이 제도의 운용성과와 재원확보 정도에 따라 보다 발전적 형태의 아시아 지원기금(Asian Support Fund), 아시아 통화기금(Asian Monetary Fund)으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하나 관심이 되는 것은 앞으로 AMF 설립이 구체화될 경우 아시아 지역내에서 단일통화(Asian Single Currency)가 도입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의 움직임으로 볼 때 21세기 세계경제질서는 북미, 유럽, 동아시아간의 3대 광역경제권과 3극 통화체제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환경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일통화가 필요하다.

현재 아시아 단일통화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일본의 엔화,중국 위안화,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의 원화 정도다.

만약 세 통화중 하나를 단일통화로 도입할 경우 통화가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경제주권 훼손에 따라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여타 국가들이 반발을 어떻게 무마시키느냐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다른 방안으로 유로화처럼 아시아 지역내 새로운 단일통화를 창출한다 하더라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 국가간의 경제력 격차를 어떻게 수렴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그만큼 아시아 국가간의 경제력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마스트리히트 구상대로 일정한 단계를 밟아 수렵시켜 나간다 하더라도 단일통화가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아시아 공동차원의 금융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시급히 독자적인 금융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것도 이런 각도에서 이해된다.

schan@ked.co.kr